'정사갤' 살인 사건 전말 알고 보니...

입력 2013-07-18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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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ㆍ악플이 빚은 참극"

세상을 경악케 한 '정사갤' 살인 사건의 전말을 놓고 온라인에서 갑론을박이 뜨겁다. 보수와 진보로 나뉜 이념논쟁 때문이라는 주장과 모욕감을 참지 못한 분노 폭발이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 하지만 두 주장 모두 우리나라의 심각한 사회적 병폐를 새삼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씁쓸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사갤 살인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11년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인 디시인사이드 '정사갤(정치사회갤러리)'에서 만난 남녀 백씨(아이디 '자중하는 ㅇㅇ')와 김씨(아이디 '비제')가 온라인 상으로 가까워지면서다.

사정을 잘 아는 한 네티즌은 두 사람의 관계나 살해 동기가 언론의 보도로 알려진 것과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김씨를 살해한 백씨가 경찰에서 거짓 진술을 하고 있다는 것.

그에 따르면 김씨는 생전 정사갤에 자신의 사생활을 노출하며 유명해졌고, 백씨는 그런 김씨에게 관심을 보이며 스토커 수준의 집착을 보였다. 이에 대해 김씨가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자 백씨는 급기야 김씨가 사는 부산으로 가 해운대경찰서 앞에서 사진을 찍어 정사갤에 올리며 사과의 글까지 올렸다. 그러나 혐오감을 느낀 김씨가 백씨를 고소하겠다고 나서면서 둘 사이는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앙심을 품은 백씨가 정사갤에 김씨의 사진은 물론 문란한 사생활까지 언급하는 등 비방을 일삼았고, 이에 김씨가 맞서면서 결국 백씨가 김씨를 살인하기에 이르렀다. 알려진 바와 달리 두 사람은 보수나 진보 성향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것.

앞서 대부분의 언론들은 진보 성향의 백씨와 김씨가 만나 좋은 관계를 유지하다 최근 3~4개월 전부터 김씨가 보수 성향의 글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관계가 나빠지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서로의 사생활을 언급하거나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주고 받은 끝에 백씨가 김씨를 살인했다고 보도했다.

▲정사갤 살인사건 피의자가 남긴 노무현 유서 패러디물

하지만 백씨가 살인을 결심한 이후 행보는 언론의 보도나 네티즌의 주장과 일치한다. 백씨는 모 채팅 사이트에서 김씨의 얼굴과 집주소를 확인한 후 지난 5일 흉기를 구입해 광주에서 부산행 버스에 올랐다. 이후 그는 5일간 부산 연제구의 한 모텔에 머물며 김씨의 동선을 파악하는 등 주도면밀하게 범행을 준비했다. 결국 범행 당일 집을 나서는 김씨의 배 등을 9군데나 찔러 무참하게 살해했다. 범행 후 모텔에 숨어있던 백씨는 도주 중 CCTV에 포착돼 범행 6일 만에 체포됐다.

사건의 전말로 보면 이번 사건은 보수와 진보 같은 이념갈등이 아닌 악플과 스토킹이 빚어낸 참극이었던 셈이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부산 해운대 경찰서 측 역시 이번 사건에 대해 알려진 사실이 비약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직접적인 살해 동기는 정치적인 갈등이라기보다는 같은 정치 성향을 띠고 있었지만 서로 감정을 상하는 사건으로 신상을 털고 성적으로 모욕하면서 결국 감정이 폭발한 것이 원인이었다는 것.

정사갤에도 정치적 갈등보다는 개인적인 갈등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하는 댓글이 대다수다. 회원들은 백씨와 김씨 모두 보수 성향이 강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단지 이들의 거주지가 각각 전라도와 부산이었던 점이 정치적 이념갈등으로 오인시켰을 뿐이라는 것이다.

대다수 네티즌 역시 "여성 네티즌에 대한 신상털기, 협박, 스토킹, 살인 사건인데 왜 정치적 이념 논쟁이 빚은 비극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네" "비약이 심하다" "원인은 뭐든 우리 사회가 이렇게 심각하게 병들어 있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운 사건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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