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복숭아뼈 벌겋게 부었다
하루 종일 걸어 다닌 시장 한 구석
무거운 시장바구니 들고 가던 아내
양손에 비닐봉지를 내려놓고
아내의 복숭아 바라보았다
연애시절부터 잘 넘어지던
중심 없던 시절이 며칠 전 찾아와
조심하지 그랬느냐고 다그치기만 하던 복숭아를
소리 없이 바라보았다
아내가 제일 좋아하는 복숭아 하나
젊을 때 아껴야 한다며
궁상떨던 아내의 복숭아뼈를
이제야 자세히 관찰하였다
참 둥글기도 하구나
벌겋게 부은 발목을 보니
예전 발목 생각나지 않았다
기름값 아낀다며 버스 대신 걸어온
아내의 미소
애써 모른 척하며
탐스럽기도 하겠다
바로 옆 과일가게 진열된 복숭아 한 개
살며시 집어들며
복숭아꽃 향기를 맡는다
-시집 <소통의 계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