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論]투자자 보호를 위한 사채관리회사의 역할- 김경동 한국예탁결제원 사장

입력 2013-07-08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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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결정된 STX팬오션에 대한 회생절차 개시로 인해 회사채 시장 경색에 관한 우려가 또다시 커지고 있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STX팬오션이 발행한 사채의 미상환 잔액은 총 1조1000억원이고, 이 중 상당수가 개인투자자 보유분이라고 한다.

사채를 발행한 회사가 회생절차에 들어갔던 이전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STX팬오션이 발행한 사채에 투자한 개인투자자 역시 대응 방안을 인지하지 못해 혼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회사채 투자자로서는 증권사에 채권 판매에 관한 책임을 묻기에 앞서 이미 눈앞에 닥친 발행회사의 회생절차 개시라는 상황에서 이 절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투자 손실을 줄이기 위한 보다 현실적이고 실질적 행위가 필요하다.

즉 회생절차는 채권자의 신고 등을 기초로 기업의 채무를 확정해 법원의 결정에 따라 위 채무의 내용과 범위를 재조정하는 과정이므로 이 절차가 개시된 회사의 채권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사채원리금채권을 법원에 신고하고 채무조정에 관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등 절차에 적극 참여해 채권을 보전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주로 소액을 투자하는 개인투자자의 입장에서는 복잡한 회생절차의 단계와 기간을 파악해 자신의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을 수 있다. 실제로 앞서 회생절차가 개시된 기업의 회사채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이 법원의 채권신고 공고를 인지하지 못해 채권신고 기간을 놓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상법에 따라 사채권자를 위해 활동하는 사채관리회사의 역할이 부각된다.

사채관리회사는 사채 발행회사로부터 사채의 관리를 위탁받아 상법에 따라 사채권자를 위해 사채권 보전을 위해 필요한 행위를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며 사채권자에 대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사채를 관리할 의무를 부담한다.

사채를 발행한 회사가 회생절차에 들어가는 경우 이 사채를 관리하는 사채관리회사는 상법에 따라 주어진 권한에 근거해 법원에 사채의 총액을 신고할 수 있다. 사채관리회사의 위와 같은 신고를 통해 일반투자자들이 채권신고 절차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신고기간을 놓쳐 발생할 수 있는 실권을 방지할 수 있다. 나아가 사채관리회사는 사채권자를 위해 회생절차에 참여해 사채권자 집회를 통해 취합한 사채권자들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창구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는 회생절차에서 위와 같은 사채관리회사의 역할이 부각된 적이 별로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채관리회사가 발행회사의 회생절차에서 적극적으로 사채권자를 위한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 비로소 투자자 보호라는 그 존재 가치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이 선결돼야 한다.

첫째, 사채관리회사 스스로 실질적 업무 수행을 위한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상법에 따라 사채관리업무 수행자격이 부여된 기관 중 이 업무를 위한 전담조직과 업무수행 기준을 갖추고 있는 기관은 많지 않다. 그러나 사채관리회사가 수행해야 할 업무를 파악하고 이를 적시에 이행하기 위해서는 전담 업무조직을 갖추고 내부적으로 업무의 기준을 확립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둘째, 사채관리회사가 실질적으로 사채권자 보호를 위해 일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현재 사채관리회사는 발행회사의 기한의 이익 상실 사실 등 사채 관리에 관한 중요 정보를 신문, 홈페이지를 통한 공고 방식을 이용해 사채권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공고 방식만으로는 그 내재적 한계상 사채권자의 정보 수령 기회를 충분히 보장할 수 없다. 따라서 현행 채권 등록 및 예탁제도를 활용해 전체 사채권자의 정보를 일괄적으로 파악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사채관리회사가 이 체계를 통해 개별통지 방식으로 사채권자에게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노력이 요구된다.

사채관리회사의 실질적 업무 수행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사채관리회사 스스로의 수행 의지 강화와 제도적 뒷받침이 이뤄져 회사채 시장 발전과 건전한 투자 문화가 형성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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