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보험사 제살깎기 경쟁 언제까지- 조승예 금융부 기자

입력 2013-07-03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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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들이 고객 유치에 열을 올리면서 ‘제살 깎기’ 경쟁이 도를 넘고 있다.

최근 한화손보와 동부화재, 에르고다음다이렉트 등 손보사가 부적절한 보험요율 산출로 무더기 징계를 받은 것도 이러한 경쟁의 한 단면으로 볼 수 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한화손보·동부화재·에르고다음다이렉트에 대해 보험요율을 의도적 혹은 통계오류로 인해 책정한 문제점을 적발하고 해당 손보사와 보험개발원에 징계를 내렸다.

동부화재는 지난 2008년 2월 잘못된 기초통계자료를 사용해 실손의료보험의 보험료를 매년 0.9~13.6% 낮게 산출했으며 한화손보는 지난 2009년 3개월간 통계자료를 연 단위로 환산하는 등 보정작업을 반영하지 않아 손해율이 악화됐다.

에르고다음다이렉트도 의도적으로 보험요율을 조작했다. 에르고다음다이렉트는 지난해 5.8%의 보험료 인상 요인이 있었지만 오히려 3.1% 인하했다.

문제는 해당 보험사들이 보험료를 더 많이 받기 위해 보험요율을 의도적으로 높게 책정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낮게 책정했다는 것이다. 고객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보험료를 낮춘 것이다.

손보사들이 경쟁적으로 보험료 인하에 나서면서 수익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삼성화재, 한화손보, 동부화재 등 빅3 손보사는 5월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모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화손보와 동부화재는 20% 이상 줄었다.

손보사들의 영업이익이 악화된 것은 자동차보험 손해율 급증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는 블랙박스 장착·주행거리별 할인 등과 온라인 보험 등 저렴한 상품들이 나오면서 들어오는 보험료는 줄었지만 나가는 보험금은 늘었기 때문이다.

이번 보험요율 조작 사건은 결과적으로 고객 입장에서는 보험료를 더 적게 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보험요율이 고객의 보험료를 결정하는 중요한 잣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보험사에 대한 믿음에 금이 간 것은 사실이다. 고객 유치를 위해 보험료를 낮추는 것보다는 보험사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는 것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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