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팬오션 보유 선박수가 이달 7일 법정관리를 신청한 이후 무려 70여척이나 줄었다. 300여척이었던 선박 수는 20여일 만에 230여척이 됐다. 설상가상으로 24일 기준으로 운항되지 않고 있는 배는 107척에 달한다. 이 많은 배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운항을 멈춘 선박이 선주사에게 ‘빌린 배’라면 ‘장기 억류’와 ‘매각’으로 운명이 갈린다.
우선 대금 지불이 지연될 경우 선주사를 비롯한 파트너사들은 STX팬오션이 돈을 갚을 때까지 장기간 선박 억류를 결정할 수 있다. 이들이 억류를 선택하는 이유는 STX팬오션의 불투명한 경영상황으로 용선료 등 대금 회수에 대한 불안감이 크기 때문이다. 간혹 선박을 풀어주는 경우도 있지만 가능성은 희박하다.
지불 시기가 늦어지거나 지불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할 경우 선주사는 경매를 통해 선박을 매각할 수도 있다. 이 경우 STX팬오션은 어떤 발언권도 행사할 수 없다.
이 같은 조치는 STX팬오션과 장기용선계약을 맺은 미국, 캐나다, 싱가포르, 남아공, 유럽연합(EU) 등의 75개국의 선주사들이 모두 행사할 수 있는 내용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놀고 있는 배’들이 늘어나는 것은 해외 물량 수송에 큰 차질을 빚으며 STX팬오션의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진다.
상당수 선박에 발이 묶이면서 피브리아(Fibria), 발레(Vale) 등과 맺은 장기운송계약이 원활히 진행되지 못하게 됐다. 결국 이들 기업은 다른 선사들을 긴급하게 섭외해야 할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이들 업체는 STX팬오션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도 있다. STX팬오션의 신뢰도가 추락하면서 장기운송계약을 아예 파기할 가능성도 크다.
STX팬오션 관계자는 “선박 억류가 많은 선주들에게 알려지면 그간 쌓아온 신뢰도가 하락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회사가 정상화되더라도 이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STX팬오션의 신뢰도 하락은 결국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