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그림이 있는 골프]골프의 무상함에 순응하기

입력 2013-06-21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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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삽화 방민준(골프칼럼니스트)

골프는 무상(無常)하다. 알면 알수록, 핸디캡이 낮아질수록, 나이가 들수록 골프의 무상성을 진리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골퍼들이 부단히 자기혁신을 시도하는 것은 바로 이 골프의 무상성 때문이다.

기술면에서 변하지 않는 철칙은 없다. 수많은 골퍼들이 보다 멀리 그리고 정확하게 볼을 날리기 위해 많은 교습서를 읽고 스윙을 갈고 닦는다. 서점 서가에 꽂힌 수많은 골프교습서를 뒤적이며 나의 고질병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그 고질병을 고칠 있는지 방법을 찾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가끔 신통찮은 스윙에도 불구하고 싱글이나 이븐 파를 치는 골퍼들을 보게 된다.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무엇보다도 아름다운 스윙을 만들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 그럼에도 목적을 이루지 못해 나름대로의 자기 스윙에 정착한 사람들이다. 자기만의 스윙에 정통하기 위해 보통 골퍼들이 상상할 수 없는 연습을 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아름다운 스윙을 가진 골퍼를 만나면 결코 흉내 내려 하지 않는다. 다만 칭찬을 할뿐이다.

19세기 중엽 헨리 B.패니 라는 아일랜드의 한 인쇄소 주인은 ‘골퍼의 교본(The Golfer's Manual)’이란 책에서 ‘샷이란 클럽을 올렸다 내리는 것일 뿐, 너무 세세히 신경을 쓰면 전체의 리듬이 파괴되어 진보가 저해된다.’고 했다.

군더더기와 기교가 완전히 제거된 샷의 원형을 보는 듯하다. 크리스티 오코너라는 골퍼는 “골프는 볼의 중심을 맞히는 게임이다. 모습과 모양은 묻지 말라”고까지 말했다.

19세기 로버트 첸버스라는 골퍼는 ‘두서없는 골프이야기(A Few Rambling Remarks on Golf)’라는 책에서 “레슨서는 바이블과 다르며 누구에 대해서도 복음을 전해줄 수는 없다. 왜냐하면 성격 체형 연령 운동신경 사고력 등이 서로 다른 사람에게 동일한 동작을 요구하는 것은 횡포이기 때문이다. 가르치는 사람이야말로 겸허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했다.

다윗 왕으로부터 “큰 승리를 거둬 기쁨을 억제하지 못할 때, 그것을 조절할 수 있는 문구를 새긴 반지를 만들도록 하라. 그 글귀는 또한 큰 실망에 빠졌을 때 용기를 함께 줄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명령을 받은 보석세공 장인이 적절한 글귀가 떠오르지 않자 지혜롭기로 소문난 솔로몬 왕자를 찾았다.

“솔로몬 왕자님, 왕의 큰 기쁨을 절제케 하는 동시에 크게 낙담했을 때 용기를 줄 수 있는 글귀가 어떤 것이겠습니까?”

솔로몬 왕자는 잠시 생각한 뒤 말했다.

“반지에 이렇게 새겨 넣으시오. ‘그것 또한 곧 지나가리라.(Soon it shall also come to pass.)’”

솔로몬의 지혜는 골프의 진수에 접근할 수 있는 키워드다. 철칙이라고 믿었던 스윙 문법도 변하고 사람의 신체조건 또한 변한다. 모든 샷이 처음이자 마지막인 골프를 즐기기 위해선 골프의 무상성을 깨닫고 그 무상성에 순응할 줄 알아야 한다. 끊임없이 변하는 무상성에 순응한다는 말은 곧 끊임없이 자기혁신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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