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연령보다 젊어 보이려는 ‘다운에이징(down-aging)’ 소비 트렌드가 패션 쇼핑으로 이어지고 있다.
‘다운에이징’이란 ‘안티에이징(anti-aging)’과 함께 나이보다 어려 보이는 외모를 갖고 싶어 하는 중년층 이상의 기능성 뷰티 제품 선호 경향을 말한다. 최근 젊고 아름답게 살기 위해 시간과 비용의 투자를 아끼지 않는 ‘젊은 중년’ 소비자들이 증가하면서 다운에이징 소비 패턴이 패션 시장으로까지 넓어졌다.
전통적인 4050세대의 패션 소비는 단조로운 편이다. 중장년층 타깃의 기성복 판매업체들도 익숙하고 무난한 디자인을 중심으로 제품을 선보였다. 하지만 요즘 4050세대들은 화려한 색상과 실험적인 디자인의 패션 아이템도 주저하지 않고 선택한다.
다운에이징 트렌드는 꾸준히 지속될 전망이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50대 인구의 비중은 13.7%를 넘어섰고, 가구주 연령이 50대인 가구의 소비지출 비중은 국내 전체 소비의 22.5%를 차지하고 있다. 고령화로 소비 생활을 주도하는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젊은 소비 성향을 가진 고연령대 소비층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홈쇼핑에서도 트렌디한 패션 아이템 인기=1995년 TV 홈쇼핑이 국내에서 처음 시작될 무렵 주요 소비자는 30-40대 주부층이었다. 20여년이지나 중장년층이 된 이들은 아직까지도 홈쇼핑을 통한 구매에 익숙하다. 다만 구매하는 주요 품목은 생활용품에서 뷰티, 패션 상품으로 변화했다. 이들을 잡기 위한 홈쇼핑사들의 마케팅 전략에도 ‘다운에이징’ 트렌드가 빠질 수 없다.
주요 홈쇼핑사들의 다운에이징 마케팅 중 단연 돋보이는 것은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한 패션 전문 프로그램이다. 홈&쇼핑은 올 봄 새롭게 시작한 패션 전문 프로그램 ‘스타일에비뉴 시즌2’를 통해 중년 여성들이 소화할 수 있는 패션 아이템과 코디법을 소개하고 있다. 전문 스타일리스트, 패션모델 출신 쇼호스트 등 전문가들이 제품의 활용법을 전해준다. 패션 스타일링을 어려워하는 중장년층 고객들을 위해 전체 착장이 가능한 상의, 하의, 잡화 등 3개 이상의 아이템을 묶어서 소개한다.
프로그램에서 주목할 점은 젊은 층에게 최신 유행하는 패션 아이템을 위주로 소개함에도 불구하고 구매 고객층의 연령대는 점점 높아진다는 점이다. 지난 5월 방송에서 매진을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던 아이지엔 컬러매직 제깅스의 경우 40~50대 구매자가 전체의 40%를 차지했다.
◇50대 발길 이어지는 편집매장=백화점 업계에서도 기존의 예상을 뒤엎는 중년층 이상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을 확인할 수 있다. 소공동 롯데백화점 2층에 입점한 ‘마리 스토즈’는 동대문에서 유명세를 탄 패션 브랜드로 젊은 층 고객 확보를 위해 개설됐다. 20대 초반을 공략한 브랜드였으나 40대 고객의 발걸음이 잦아지며 현재 전체 고객 중 40대의 비중이 30%에 이른다. 2030세대를 겨냥한 체형보정 속옷인 ‘스팽스’는 최근 50대 이상에서 인기를 끌면서 월평균 3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4050세대 SPA 브랜드 매출 신장기여=SPA브랜드의 인기가 40~50대까지 확대되고 있다. 지난 4월 현대카드가 920만 회원들의 패션(의류)부문 결제 테이터를 분석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SPA브랜드 매출은 1분기 기준 전년 대비 30% 증가했다. 흥미로운 점은 40대 이상 중장년층 사이에서 SPA브랜드의 인기가 높다는 것. 40대 이상 여성 의류관련 매출 가운데 SPA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도 약 20%에 달했다. 코디가 쉬운 단순한 의류 구성에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 SPA 브랜드는 중장년층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유진학 홈&쇼핑 스타일에비뉴 기획 총괄 팀장은 “다양한 대중문화의 유입과 경제사회적 성장을 경험한 요즘의 40~50대들은 이전 세대와 전혀 다른 패션 취향을 보인다”며 “유행을 따르면서도 부담 없이 시도할 수 있는 편안한 스타일의 상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