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여대생 납치 용의자, 자살 전 인터넷에 “신장 삽니다” 글 올려…

순천 여대생 납치 용의자 자살

지난 10일 오후 2시30분쯤 전남 순천시 석현동 모 문중 제각 주변 소나무에서 정모(24)씨가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정씨는 지난 5일 친구의 여자친구인 여대생 윤모(23)씨를 납치한 혐의로 경찰의 추적을 받고 있었다.

앞서 7일 순천경찰서는 순천 여대생 납치 용의자 또다른 정모(23)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붙잡힌 정씨는 숨진 정씨와 함께, 5일 저녁 8시쯤 순천시 홍내동 한 초등학교 인근 도로변에서 여대생 윤모(23)씨를 납치해 7시간가량 끌고 다니고 윤씨의 집에서 현금 2000여만원을 훔친 혐의다.

두 정씨는 사건 이전에 서로 모르던 사이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 결과 이번 범행은 자살한 정씨가 인터넷 사이트에 신장을 사겠다는 글을 올리면서 비롯됐다. 검거된 정씨는 이 글을 보고 “내가 팔겠다”며 순천으로 와서 자살한 정씨와 만나게 됐고, 이 둘의 만남은 납치극으로 이어졌다.

자살한 정씨가 올렸던 ‘장기 매입’ 글은 장난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 장기 매입 글이 어떤 경위로 납치극으로 이르게 됐는지에 대해서는 경찰도 아직 정확하게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잡힌 정씨는 신장을 팔려고 나섰을 정도로 돈이 절실했던 상황이라고 볼 때, 장난글에 대해 항의나 위협 등 문제가 생겨 자살한 정씨가 범행에 동참하게 됐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붙잡힌 정씨는 현금절도에 대해서는 단독 범행을 인정했지만 범행 전모나 경위, 배경 등 이번 범행 전반에 대한 책임을 자살한 정씨에게 돌릴 가능성도 있어 경찰의 수사가 주목된다.

한편 자살한 정씨는 유서에서 정씨는 “윤씨에 대한 감금, 폭행, 협박은 인정하지만 현금 절도는 절대 하지 않았다”며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경찰 역시 윤씨 집 금고 안에 있던 현금 2000만원을 훔친 것은 붙잡힌 정씨가 벌인 단독범행으로 확인했다.

두 공범은 납치됐던 윤씨가 화장실에서 돌아오지 않자 현금을 훔치기 위해 6일 오후 5시30분쯤 윤씨의 원룸에 도착했다. 자살한 정씨는 겁이 나 윤씨 집에 들어가지 않고 현장에서 달아났고, 붙잡힌 정씨 혼자 들어가 돈을 훔친 것으로 밝혀졌다.

돈을 훔친 정씨는 광주로 이동해 백화점에서 500만원 상당의 명품 가방과 시계 등을 구입한 뒤 전주로 도피해 전주버스터미널 물품보관함에 남은 돈 1900만원과 구입 물품 등을 보관했다. 경찰은 검거된 정씨의 진술에 따라 이 현금과 물품을 모두 회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