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 요구한 2억5000만원 지참금, 결국 '파혼·미혼모신세...'

입력 2013-06-09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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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며느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 이유로 억대 지참금을 요구한 시어머니가 파혼의 책임을 지고 오히려 1000만원을 지급해야 하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대학때부터 사귀어 온 한 전문직 남자 A씨와 은행원 여자 B씨는 여행을 다녀왔다가 아이가 생겼다.

두 사람은 양가 부모에게 결혼을 허락받았으나 시어머니가 될 C씨는 B씨를 며느릿감으로 그다지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아했고 상견례 자리에서 갈등이 심화됐다.

결국 C씨는 상견례 당일 아들을 통해 2억5000만원의 지참금을 사돈에게 요구했다.

혼수 비용을 7000만원 정도로 예상했던 B씨는 친정 소유 아파트를 신혼집으로 제안했으나 거절당했다.

양가는 결혼식장 문제로도 갈등을 빚었다. 당초 예약된 서울 여의도 한 고급예식장이 마음에 들지 않은 C씨는 예약을 취소한 뒤 서울 강남의 특1급 호텔로 다시 잡았다.

결과적으로 양측 모두 예약금을 지불하지 않아 결혼식장 예약은 자동 취소가 됐고 B씨는 졸지에 미혼모가 됐다.

2년간 육아휴직을 낸 B씨는 결혼을 약속한 A씨가 딸 양육비마저 주지 않자 법적 대응에 나섰다.

법원에서는 과거 양육비 1000만원과 함께 딸이 성인이 될 때까지 단계적으로 월 50만~100만원씩 B씨에게 지급하라는 내용의 조정이 성립됐다.

B씨는 조정 성립 1년 뒤 "거액의 지참금을 요구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일방적으로 혼인을 거부해 고통을 받았다"며 A씨와 그의 어머니 C씨를 상대로 정신적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서울고법 가사3부(이승영 부장판사)는 이 위자료 소송의 항소심에서 "총 1000만원을 B씨에게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결감당하기 어려운 금전적 요구를 하고, 결혼을 연기시킨 상태에서 출산에 이르게 하고도 양육 책임을 방기한 A씨의 행위 때문에 두 사람의 약혼이 깨졌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C씨 역시 아들을 통해 사돈에 부당한 요구를 하고 약혼관계에 주도적으로 개입해 파탄에 이르게 했다며 A씨와 C씨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결혼은 독립적인 두 사람이 주체가 돼 서로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자유로운 의사에 의해 하나의 가정을 꾸리는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부모를 비롯한 가족들은 보조적인 역할에 머무르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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