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놀고 덜 꾸미고 덜 먹고"…불황에 씀씀이 줄여

입력 2013-05-27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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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가 저성장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면서 소비가 소리없이 가라앉고 있다.

문화·여가, 교육, 인테리어 등 당장 생활에 꼭 필요하지 않은 부문부터 허리띠를 졸라매라고 있다.

소비 감소는 내수위축을 초래해 올해 한국 경제의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27일 통계청의 가계동향을 보면 올해 1분기 전체 가구의 월평균 오락·문화비 지출은 14만3천300원으로 작년 같은 분기에 비해 3.3% 늘었다. 이는 전년 1분기 증가율(5.9%)의 절반에 그친다.

항목별로 뜯어보면 돈이 많이 드는 취미활동 지출액이 두드러지게 감소했다.

영상음향기기는 22.8%, 영상음향 및 정보기기 수리는 19.3%, 사진광학장비는 43.3% 각각 줄었다. 비싼 오디오로 음악을 듣거나 고가의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등의 문화생활을 작년보다 덜 했다는 얘기다.

심지어 복권 지출도 11.8% 감소했다. 서민들은 지갑이 얇아지자 마지막 대박의 꿈을 꾸며 사들여왔던 복권 지출마저 줄인 것으로 보인다.

가구 관련 지출도 급감했다.

가정용품·가사서비스 지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0.3% 감소했다. 가구 및 조명(-10.2%), 실내장식(-23.5%), 가전 및 가정용기기(-5.2%), 가정용 공구 및 기타(-14.5%) 등 내구재 성격의 지출이 크게 줄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가구나 실내장식용품 같은 내구재는 당장 먹고사는 데 필요하지 않으므로 경기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최근 경기침체에 가구 구입이 미뤄진 것 같다"며 "1분기 혼인건수가 감소해 혼수품 소비가 줄어든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식탁에서는 고기류가 줄었다.

육류(-6.8%), 육류가공품(-5.9%), 신선수산동물(-8.2%), 기타수산동물가공(-4.1%) 등의 소비가 줄었다. 유제품 및 알(-4.4%), 유지류(-2.1%)의 소비도 감소했다.

이에 따라 1분기 전체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액은 33만6천657원으로 작년 1분기보다 1.6%(-5천480원) 감소했다.

특히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액에서 비중이 가장 큰 육류는 5만185원 어치 소비했는데, 작년보다 3천650원 줄어든 것이다. 최근 식품물가 안정세를 고려하더라도 고기와 생선을 덜 먹는다는 것은 소비자들이 먹는 데 쓰는 돈마저 부담스러워하고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

통계청은 "올해 설 연휴가 작년보다 하루 짧은 3일이어서 사람들이 명절 음식을 덜 장만한 영향도 있다"며 "설 효과를 감안하더라도 경기영향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소비자들이 소비 여력이 없어 지출을 안 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1분기 처분가능소득에서 흑자액이 차지하는 흑자율은 25.0%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평균소비성향은 75.0%로 2.1%포인트 감소했다.

경기침체가 이어지자 불확실성에 대비하려는 경제주체들이 씀씀이 줄이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는 '디플레이션 갭(deflation gap)'을 겪을 수 있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주범이 디플레이션 갭이다.

인플레이션갭 상태면 수요가 경제의 공급능력을 초과하는 것으로 그만큼 물가상승압력이 높다는 것이지만, 디플레이션갭이면 생산능력을 다 써보지도 못한 채 경기침체에 빠졌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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