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이재현 회장 재산 해외도피 포착
현 정부 들어 시작한 첫 번째 대기업 수사인 데다 그룹 본사 등을 전격 압수수색한 것은 검찰 수사가 CJ 이재현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를 직접 겨냥하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이번 검찰의 CJ 수사가 다른 대기업 수사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미 이재현 회장의 재산 해외도피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이재현 회장은 악기-미술품 값 등을 부풀리는 방법으로 100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재현 회장을 포함해 이미경 부회장-이재환 CJ 계열사 대표 등 오너 3남매를 타깃으로 진행되고 있고, 검찰이 이미 오래전부터 확실한 물증을 잡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점에서 재벌 개혁의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검찰은 CJ그룹이 해외에 특수목적법인(SPC) 등을 설립해 정상적인 거래를 한 것처럼 꾸며 비자금을 조성한 것을 확인 중이다. 실제 물품을 납품받지 않고 납품 대금만 해외법인에 보내는 수법이다.
2010년 금융정보분석원(FIU)은 CJ가 버진아일랜드에서 들여온 70억원 가량을 포착해 검찰에 통보했으며, 전체 비자금은 이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검찰이 수십억원대 해외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고 있는 CJ그룹을 21일 전격 압수수색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윤대진)는 이날 오전 7시께 검사와 수사관 등 수십명을 보내 서울 남대문로 CJ그룹 본사와 쌍림동 제일제당센터, 장충동 경영연구소, 임직원 자택 등 5~6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법원으로부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 포탈 혐의로 영장을 발부받아 그룹의 회계장부와 자금 관리 보고서, 내부 문건,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자금담당 고위 임원과 전 재무팀장 등 2명을 출국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CJ그룹이 해외에 특수목적법인 등을 설립하고 국내 계열사에 물품을 납품한 것처럼 위장 거래해 수십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방식으로 조성한 비자금은 70억원대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회장 일가가 서미갤러리를 통해 고가의 미술품을 구입하는데 이 비자금을 사용한 것으로 보고 서울 중구 필동에 있는 ‘CJ 인재원’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CJ그룹 비자금 의혹은 수차례 불거진 바 있다. 2008년 이재현 CJ 회장의 차명 재산을 관리한 이모(43)씨가 살인 청부 혐의로 기소, 재판 과정에서 비자금이 거론됐다. 이후 2009년에는 천신일 세중나모그룹 회장과 CJ그룹 간 편법 거래 의혹이 일면서 검찰 수사를 받았다. 혐의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지만 5년 만에 다시 비자금 수사에 나선 것이다.
업계에서는 CJ그룹이 새정부의 첫 타깃이 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 지난해 초 금융정보분석원(FIU)이 CJ를 비롯해 효성그룹과 한진그룹에 대해서도 비정상적인 자금 흐름을 포착해 검찰에 통보한 사실이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SK그룹, 한화그룹 오너가 횡령, 배임 등 혐의로 실형을 받은 상황이어서 이번 수사의 종착지가 어디인지는 불 보듯 뻔하다”며 “CJ 수사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몰라 검찰 수사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현재 대기업 H사, 다른 H사, L사 등 3곳에 대해서도 검찰이 조만간 내사를 끝내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