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상엽의 시선]‘자랑스러운 어른’ 이현호

입력 2013-05-20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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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전자랜드 소속의 프로농구 선수 이현호(33)가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19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인천 유나이티드와 강원FC간의 K리그 클래식 경기에 앞서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과 시축을 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것.

이현호는 지난 일주일간 어쩌면 네티즌의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스포츠선수였을 것이다. 스포츠가 아닌 다른 사건을 통해서 말이다. 잘 알려진 대로 이현호는 12일 오후 동네 놀이터에서 담배를 피우던 중고등학생들을 훈계하는 과정에서 학생의 머리를 때려 13일 오전 서울 양천경찰서에 폭행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오토바이를 끌고 나온 청소년들이 담배를 피우는 장면을 보고 훈계 하기 위해 이현호는 그들에게 다가섰고 이 과정에서 말을 듣지 않는 학생의 머리를 때렸다. 경찰서로 소환돼 조사를 받았고 3명의 부모들은 “훈계에 감사한다”는 말로 오히려 고마움을 표현했다. 하지만 나머지 2명의 부모들은 결국 합의를 거부했고 그로인해 이현호는 불구속 입건됐다.

이에 대한 사회의 시각은 절대적으로 이현호의 편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상에서 이현호의 행동을 옹호하고 응원했다. 소속팀 역시 이현호가 폭력 혐의로 입건됐지만 “좋은 뜻으로 한 일인 만큼 잘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폭력은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 될 수 없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이현호는 사회의 찬사를 받았고 2004년 프로농구 신인상을 받을 때 이상으로 유명세를 탔다.

물론 폭력을 옹호하려는 의도는 없다. 하지만 조사 결과 폭력이라고 표현하기에도 민망한 수준의 꿀밤 정도에 그친 사건이었던 만큼 말 그대로 훈계의 일환으로 보기에 충분하다. 의도 역시 탈선 청소년에 대한 계도 차원이었음을 감안하면 이는 심각한 수준의 폭력으로 보기도 힘들다. 욱하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손이 올라간 것은 백번 잘못한 일이지만 최근 우리 사회에서 보기 힘든 훈훈한(?) 장면을 연출한 이현호의 행동은 백번 칭찬 해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물론 이를 계기로 제 2, 제 3의 이현호가 속속 등장할 것으로는 기대하진 않는다. 다만 해선 안 될 행동을 하는 청소년들이 탈선 행동에 앞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 이현호의 행동은 충분히 그 가치를 가진다.

이현호는 “이유야 어찌됐든 물리적으로 대처한 것은 잘못”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이현호가 “당황스럽다”고 밝힐 정도로 이현호의 편에 섰다. 방법적인 부분에서는 분명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었지만 떳떳한 어른의 모습을 보인 그를 통해 작아졌던 ‘진짜 어른’의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일 것이다.

다행히 시축에 나선 이현호는 밝은 모습이었다. 지난 일주일간의 마음고생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얼굴이었다. 자랑스러운 어른 이현호가 다시는 고개를 숙이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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