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무버]강성원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회계사는 컨설턴트가 돼야 한다”

입력 2013-05-14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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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 관료서 공인회계사로 변신… 중소형 상생발전 공약 회장 당선

▲약 330편의 시를 외우며 틈날 때마다 암송해 ‘시 읊는 회계사’로 유명한 강성원 공인회계사회장은 취임 후 회계업계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사회공헌 활동은 물론, 회계법인들의 교육사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회계사는 감사인(Auditor)이 아닌 컨설턴트가 되도록 해야 합니다.”

지난해 새로 취임한 강성원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은 세무관료에서 공인회계사로 또 회계법인 최고경영자(CEO)로 변신한 흔치 않은 이력을 가지고 있다. 강 회장이 회계사 자격증을 딴 것도 공무원을 하다 회계법인으로 옮긴 다음해(1987년)로 당시 그의 나이는 마흔이었다.

회계사 회장직 선거에 도전할 때만 해도 그의 승리를 점치는 이는 많지 않았다. 경쟁 후보에 비해 인지도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경쟁후보들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았던 지방의 전국지회들을 수차례 찾았고, 결국 대역전극이란 평가를 받으며 회장직에 당선됐다. 공무원에서 회계사에 도전할 때도 그렇듯 늘 ‘꿈꾸는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강 회장이 당선 후 가장 먼저 나선 일은 대표 공약으로 내걸었던 대형과 중·소형 회계법인의 상생 발전을 위한 행보였다.

그는 “공인회계사들이 회계산업과 회계 투명성 제고 등 국민경제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서로 상생하고 화합하는 환경 조성이 절실하다”면서 “대형 회계법인의 경우 이미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중·소형 법인들이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계획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강 회장은 회계법인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이른바 빅4(삼일·안진·삼정·한영)의 대표들을 만나 중·소형 회계법인 발전 방안에 대한 의견을 듣고 양해를 구했다.

이를 토대로 중·소형 회계법인 등에 적합한 비즈니스 기법과 업무수행 기법 개발 및 이에 대한 교육도 점차 확대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강 회장은 이같은 내용들을 구체화하기 위해 최근 ‘공인회계사 장기 발전 방안’을 발표했다. 그는 “이번 발전 방안은 올해부터 3~5년간 중장기에 걸쳐 우리 공인회계사와 회계법인들이 ‘회계 투명성’ 개선을 위해 수행할 구체적인 목표와 실천 방안을 담은 계획서라고 보면 된다”고 취지를 밝혔다.

이번 장기 발전 방안에는 △사회적 책임과 위상 제고 △회계 투명성 및 정보가치 제고 △감사품질 제고 및 업무 효율성 향상 △직업윤리 강화 및 공정경쟁 실현 △업계 상생 발전 △한국공인회계사회의 지속적 발전 방안 등 6대 추진 과제를 포함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부터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보다 객관적이고 우리나라의 회계 투명성 개선과 공인회계사의 사회적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실천적 과제들로 구성돼 있다”며 “회계업계가 안고 있었던 오랜 숙제들을 체계적으로 정리, 핵심 추진 과제를 도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강성원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사진=노진환 기자)
특히 강 회장은 공인회계사의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취임 후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각계와 공동으로 펼치고 있다.

강 회장은 “취임 이후 회계 투명성이 반드시 필요한 영역과 그동안 소홀히 했던 부분을 회계사들의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서 널리 알리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며 “이런 취지에서 지난해 한국공인회계사회에 사회공헌위원회를 신설하고 실천 사업을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사회복지법인 등 여건이 좋지 않은 비영리 단체에게 회계장부와 연차보고서 작성을 지원해주는 ‘회계·세무 멘토링’ 사업을 들 수 있다. 또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경제교육 교실을 지난 4월부터 진행 중이며, 올해 말이면 1만여명의 학생들이 공인회계사의 재능기부를 통해 경제교육을 받게 된다.

아울러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보다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올 하반기에 공익재단을 설립할 계획이다.

여전히 이어지는 사회 각계의 회계비리에 대해 강 회장은 “아무리 제도를 강화하고 단속을 펼쳐도 회계비리를 없앨 수는 없다”면서 “단기간에 성과를 보기는 힘들지만 어릴때부터 올바른 경제교육과 멘토링 등을 통해서만이 투명한 회계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고, 최근 경제교실 등은 이런 취지다”고 강조했다.

또한 최근 늘어나는 탈북자들의 정착과 질 높은 생활을 위해 이번 주 중 관련단체와 MOU를 체결하고 이들의 교육에도 나설 예정이다.

올해 신설한 AT자격시험 역시 이런 취지의 일환이다. AT자격시험은 회계·세무 정보처리 전문시험으로 유능한 회계 실무자를 양성하고 취업활동 지원을 위해 IT기업인 더존비즈온과 협력해 시험을 신설했다.

강 회장은 “시행 초기라 아직 부족하고 미흡한 점이 있지만 1~2년 내에 국가인증을 획득할 생각”이라며 “회계·세무 실무 전문가로 성장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이라면 AT자격시험을 통해 자격을 꼭 획득해야 하는 필수시험이 되도록 성장·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특히 강 회장은 외우고 있는 시만 330편에 달해 ‘시 읊는 회계사’로도 유명하다. 때문에 김남조 시인과 고은 시인이 상임고문으로 있는 한국현대시박물관과 계간지 시와시학이 공동으로 그를 ‘명예시인’으로 추대하기도 했다.

그는 “공인회계사나 숫자를 다루는 사람들은 숫자 그 자체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수의 뒤에 숨어 있는 뜻 즉 행간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즉 창의적인 사고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회계사는 Auditor(감사인)으로만 키우는 게 아니라 컨설턴트가 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저의 경영철학이자 소신이다”면서 “우수하고 인정받는 컨설턴트가 되기 위해서는 창의적인 사고와 함께 인문학적 소양도 함께 길러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자리에 맞는 시 한 수를 부탁했다. 그는 잠시 고민하더니 나태주 시인의 ‘기쁨’을 읊었다.

난초 화분의 휘어진/ 이파리 하나가/ 허공에 몸을 기댄다.

허공도 따라서 휘어지면서/ 난초 이파리를 살그머니/ 보듬어 안는다.

그들 사이에 사람인 내가 모르는/ 잔잔한 기쁨의/ 강물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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