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고 노무현 추모시 ‘대답하지 못한 질문’ 공개

입력 2013-05-08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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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세상)

유시민 노무현재단 상임운영위원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4주기를 맞아 추모시 ‘대답하지 못한 질문’을 공개했다.

그의 시는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나라 / 특권과 반칙이 없는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 / 그런 시대가 와도 거기 노무현은 없을 것 같은데 / 사람 사는 세상이 오기만 한다면야 그래도 괜찮지 않을까요?”라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시에 따르면 이는 2002년 여름, 후보 시절에 노무현 대통령이 마포경찰서 뒷골목의 한 옥탑방에서 유시민 상임운영위원에게 던진 질문이다. 유 위원은 이에 “노무현의 시대가 오기만 한다면야 거기 노무현이 없다한들 어떻겠습니까”라고 답했다.

그러나 그는 시를 통해 “솔직한 말이 아니었어 / 저렴한 훈계와 눈먼 오해를 견뎌야 했던 그 사람의 고달픔을 위로하고 싶었을 뿐” 이라고 고백한다.

두 번째 질문은 대연정 제안으로 시끄럽던 2005년 청와대에서였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성공하는 것도 의미 있지만 / 개인적으로 욕을 먹을지라도 / 정치 자체가 성공할 수 있도록 / 권력의 반을 버려서 선거제도를 바꿀 수만 있다면 더 큰 의미가 있는 것 아닌가요”라고 물었다.

당시 유 위원은 “국민이 원하고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시지요”라고 답했지만 뒤늦게 “정직한 말이 아니었어 / 진흙투성이 되어 역사의 수레 끄는 위인이 아니라 / 작아도 확실한 성취의 기쁨에 웃는 그 사람을 보고 싶다는 / 소망이었을 뿐”이라고 털어놓는다.

퇴임 후 노 대통령은 “수백 대 카메라가 마치 총구처럼 겨누고 있는 봉하마을 사저에서”, “정치의 야수성과 정치인생의 비루함에 대해”, “세상을 바꾸었다고 생각했는데 물을 가르고 온 것만 같소 / … / 도대체 정치를 위해서 바치지 않은 것이 무엇이오”라고 묻는다.

유 의원은 “물을 가른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꾸셨습니다 / 확신 가득한 말이 아니었어 / 그 분노와 회한을 함께 느꼈던 나의 / 서글픈 독백이었을 뿐”이라고 회고했다.

이어 “그는 떠났고 / 사람 사는 세상은 멀고 / 아직 답하지 못한 질문들은 거기 있는데 / … / 아직 대답하지 못한 질문들을 안고 / … / 흙먼지 날리는 세상의 문턱에 서성인다”고 시를 마무리했다.

이 추모시는 오는 10일 발간될 노 대통령 추모 헌정시집에 담길 예정이다. ‘시민광장’은 지난 3월부터 시민들의 추모시 200여편을 모집했고, ‘노무현 대통령 서거 4주기 시민기획위원회’가 헌정시집 발간을 후원했다. 일부는 홈페이지 ‘사람 사는 세상’에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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