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민청 태평홀·미사리 경정장… 시설 개방해 무료 예식장으로 활용
무료라고 얕보면 안된다.‘럭셔리 결혼식’ 뺨치는 알뜰 결혼식이 입소문을 타고 대세다. 경기 침체 속에서 가격은 낮추면서도 품격은 잃지 않는 결혼식이 예비 신혼부부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발맞춰 서울시 등 공공기관과 기업체, 민간단체들이 예비 신혼부부들을 위한 맞춤형 알뜰 결혼식을 선보이고 있다.
서울시 시민청 지하 1층 태평홀에서는 매주 결혼식이 열린다. 시민청이 결혼식의 새로운 문화를 선도하기 위해 ‘작지만 뜻 깊은 결혼식 올리기’라는 이름으로 준비한 프로젝트다.
3가지 정도 포맷으로 결혼식이 진행되는데, 500만원 정도의 비용으로도 품위를 갖춘 결혼식이 가능하다. 유기농 채소를 이용한 뷔페식 피로연이 제공되고, 친구와 지인들에게 사회와 축가, 축사를 부탁해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최소한의 비용(30만원 정도)으로도 뜻깊게 치를 수 있는 결혼식도 있다. 모든 격식을 버리고 조촐하게 친구들 앞에서 결혼서약을 하고 친구들이 성혼선언서를 읽어주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단, 피로연은 생략한다.
이같은 구성에 최근 시민청 태평홀 신청 경쟁률은 2~3대 1이나 된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청와대사랑채·국립중앙도서관·고용노동부남부지청·도로교통공단·서울법원종합청사·한국거래소·한국감정원 등의 시설을 작은 결혼식을 올리는 장소로 제공해 검소한 혼례를 준비하는 예비 신혼부부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경륜경정사업본부도 1일부터 하남시민들을 위해 미사리 경정장 관람동 미사홀을 무료 결혼식장으로 개방했다.
미사홀 결혼식장은 주례단상, 신부대기실, 폐백실은 물론 100석 규모의 하객용 의자와 기타 예식 부대시설·비품 등을 갖췄다. 예식장으로 개방되는 경정 관람동 1층에는 구내식당도 있어 피로연이 가능하다. 예식장 사용료는 무료지만, 드레스·메이크업·사진 등은 이용자 부담이다.
경륜경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정부에서 추진하는 ‘작은 결혼식’ 운동에 동참하고, 검소한 혼례문화 확산에 기여하기 위해 미사홀을 개방하게 됐다”며 “하남의 많은 미혼 선남선녀들이 미사홀에서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무료결혼식추진운동본부(이하 무결추)는 웨딩홀 200여곳을 확보해 원하는 곳에서 예식을 올릴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결혼식 당일엔 사진촬영, 드레스 대여, 메이크업 서비스도 일반 예식장보다 50% 이상 저렴하게 제공한다. 무결추는 여성가족부와 보건복지부의 지원을 받아 저소득층의 무료결혼식을 대행하고, 일반인들도 큰 부담 없이 식을 올릴 수 있도록 돕는 사회적기업이다.
무결추는 스튜디오 촬영, 드레스 대여, 메이크업 서비스 세트를 이달 가정의 달을 맞이해 90만원대에 패키지로 내놨다. 올해 연말까지 행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이공웨딩은 한쌍에 19만원으로 본식 진행을 도와주고 있다. 또 각종 이벤트를 통해서 예비커플 1쌍에게 무료결혼식을 진행한다.
김정욱 이공웨딩 대표는 “20년 동안의 노하우를 가지고 웨딩 시장의 거품인 유통마진을 줄였다”며 “알뜰한 결혼을 준비해주는 여러 회원사들의 참여가 있어 한쌍에 19만원(드레스.메이크업.원판사진)으로 본식 진행을 도와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김 대표는 형편이 어려워 결혼 준비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예비커플들의 사연을 이공웨딩 카페에 올리면 무료결혼식을 분기별로 진행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일반 예식장을 이용하되 야간 웨딩이 늘어났다. 낮 시간대보다 20% 가량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서울 소재 모 웨딩업체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야간 웨딩의 예약과 폐백을 생략한 예식이 10~20%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탁인 무료결혼식추진운동본부장은 “최근 경기 악화에 따라 결혼을 준비하는 커플들을 보면 예물, 예식 비용을 크게 줄이고 여행 등 필요한 경비만 쓰고 있다”며 “합리적인 결혼식 문화가 앞으로 더 확산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