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승용 농촌진흥청 차장 '화제'
농촌진흥청 라승용(56) 신임 차장이 고졸로 사회생활을 출발하는 후배들에게 열정을 주문했다.
그는 농업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9급으로 공직에 발을 내디딘 이래 37년 만에 1급 공무원이 된 입지전적 인물이다.
물론 그의 최종 학력이 고졸은 아니다. 1976년 고졸 신분으로 농림부에 9급 공무원으로 들어온 후 방송통신대를 10년 동안 다녀 학사학위를 따냈다. 그의 학구열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후 고려대에서 원예학 석·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리고 그는 지난 19일 1급 고위직 공무원인 농진청 차장으로 임명됐다.
라 차장에게는 늘 ‘입지전적 인물’이라는 수사가 따라붙지만 그는 “열정에 노력을 조금 보탰을 뿐”이라고 겸손해했다.
1976년 농림부 국립부산생사검사소에서 공직을 시작한 라 차장은 1981년 농진청에 신설된 농약연구소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농정의 핵심은 병해충 방제였고 안전한 농약 검사와 보급을 위해 46명의 인력으로 출발한 연구소에서 고졸 출신은 단 2명이었다.
그의 상관은 고졸 출신인 그가 신설 연구소에 배치된 것에 의아해하며 물었다. “고졸로서 농약 검사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겠느냐, 원하면 다른 곳으로 보내주겠다.”
라 차장은 열등감을 느꼈지만 분명하게 “할 수 있다. 할 수 없는 일에 대해서는 분명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바로 방송통신대 농학과에 입학했다. 하지만 농약이 사용되는 농촌 현장과 연구소를 밤낮으로 뛰어다녀야 했던 그에게 필요한 여름철 필수 출석일수가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졸업까지 10년이 걸렸다. 업무와 학업을 병행했지만 열정이 그를 움직였기에 농약연구소를 떠날 때 박사 3명과도 바꿀 수 없는 인재가 떠난다며 주변에서 아쉬워했다.
농약연구소에서 연구관 승진 시험에 합격한 그는 부산 원예연구소에 이어 수원의 원예시험장 감자과로 자리를 옮겼고 원예작물에 뿌리를 내리겠다는 의지로 고려대 농학과 대학원에서 원예학으로 박사학위까지 취득했다.
그는 농진청 본청 연구기획과장과 정책과장에 이어 참여정부 시절 농진청의 전북 익산 이전을 총괄하는 지방이전지원단장을 역임하면서 행정 업무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다.
본청 연구정책국장과 국립축산과학원장에 이어 지난해부터 국립농업과학원장으로 일하다 이번에 차장으로 임명된 라 차장은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축산과학원장 시절 만난 고졸의 젊은 축산 농업인들이 제게 확신을 줬습니다. 그들의 긍정적 열정과 노력이 우리 농업 현장에서 꽃피울 수 있도록 지금 제 위치, 농진청 차장으로서 저 역시 열정을 지니고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