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모르는 육아용품업계… 올 아동복 시장 1조 5500억 전망
장기 불황으로 인해 위축된 소비시장에 출산율이 오르자 유통 채널에서는 출산과 육아 등 관련 상품 강화에 나섰다. 부모들은 생활용품은 싼 걸 찾아도 한두 명뿐인 아이를 위해서라면 돈을 아끼지 않기 때문이다. 자녀를 위한 씀씀이는 좀처럼 줄이지 않는 부모들 덕분에 키즈 시장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삼성패션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유아동복 시장은 1조5500억원 수준으로 전망된다. 2004년의 5035억원에 비해 3배 가량 커진 규모다. 유아동복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유통업계는 이런 수요에 발맞춰 아동복 라인을 확대했다. 제일모직 빈폴키즈는 올해 봄 시즌부터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들을 위한‘토들러 라인(3~5세)’을 강화했다. 빈폴키즈는 기존 베이비라인(1세), 키즈라인(8세)까지 합해 세분화된 유아동복 구성을 갖추게 됐다. 유아들의 활동성과 실용성을 고려해 쉽게 착장이 가능한 통고무줄 바지, 소매 밸크로(찍찍이) 등 특화된 제품을 제작했다.
금강제화는 ‘헬리한센’을 출시해 아동용 아웃도어 의류 시장에 진출했다. 최근 가족 단위 캠핑인구가 증가하고, MBC 예능프로그램 ‘아빠! 어디가?’의 영향으로 아웃도어 시장이 호황을 누리자 공략에 나선 것이다. 헬리한센이 새롭게 출시한 아동용 방수재킷은 가볍고 얇은 방수원단을 사용해 봄철 잦은 비와 바람을 효과적으로 막아준다. 4가지 스타일 8종으로 출시해 야외활동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입을 수 있도록 했다.
블랙야크는 올해 키즈 제품군을 확대했다. 아이들이 편안하게 입을 수 있으면서도 특유의 귀여움을 잘 드러낼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세련된 아웃도어 패밀리룩 연출이 가능하도록 의류에서부터 용품까지 제품군을 넓혔다. 유통망도 확대해 취급 매장을 150개까지 늘릴 예정이다.
이명호 블랙야크 상품기획본부 이사는 “전년 대비 키즈 제품의 판매 속도가 2배 정도 빠르다”며 “아이들도 다양한 아웃도어 환경에서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제품을 찾고 있어 앞으로 아웃도어 키즈 시장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사이트에서도 아동 의류에 대한 관심은 높다. 쇼핑사이트 G마켓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유아동 의류 판매율이 전년 대비 20% 증가했다. G마켓은 가계 부담을 덜어주고자 1만원대 제품으로 소비층을 사로잡고 있다. 브랜드 제품을 모아 판매하는 ‘브랜드온’도 운영 중이다. 헌트키즈, 리틀브랜 등 아동 브랜드 의류를 50% 할인가에 판매하고 있다.
육아용품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서울국제 임신·출산·육아용품 전시회’를 주최하고 있는 베페에 따르면 관람객 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육아용품 시장에서 아빠들의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베페가 지난해 7월 임산부 38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선 10명 중 6명(58.38%)이 “육아용품을 살 때 결정권을 남편이 쥐고 있다”고 답했다. 올해 초(1월20일~2월20일) G마켓에서 육아용품을 구매한 남성의 비율은 전체의 19%로, 전년 17%에 비해 2%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업계에서는 주요 고객층인 엄마뿐만 아니라 아빠들도 사용하기 좋은 육아용품을 선보이거나 기존 제품을 아빠가 편리하게 쓸 수 있는 방법들을 알리고 있다. 정세훈 쁘레베베 대표는 “2~3년 전만 해도 아빠들이 문의하는 사항은 유아용 카시트 등 안전 제품에 대한 것이 대부분이었으나 최근에는 거의 전 제품 영역에 걸쳐 문의가 들어온다”며 “아빠들이 소비결정권을 지닌 경우도 많아 아기띠나 유모차 등의 제품들에서 아빠들이 누릴 수 있는 편의를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속적 불황의 여파에도 유아동용 시장은 점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내 아이를 더욱 돋보이게 하고 싶어하는 부모들의 경쟁에 고가 프리미엄 라인 제품도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