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 프로그램 축소하며 한발 물러서… 부자증세 포함헤 공화당 반발 예상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3조7700억 달러 규모의 2014회계연도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한 가운데 의회 논의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제출한 예산안의 골자는 부자 증세와 사회복지 프로그램 축소를 맞바꿔 막대한 규모의 연방 정부 재정 적자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세금 인상과 예산 축소를 병행해 앞으로 10년간 1조8000억 달러의 재정 적자를 추가로 줄여 적자 규모를 총 4조3000억 달러 감축하겠다고 제시했다.
특히 메디케어(노인 의료보장) 등에 대한 획기적인 개혁과 부유층의 세금 탈루를 막는 상식적인 세제 개혁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고소득자에 대한 세금감면 혜택을 더 축소하고 상속세를 올리는 한편 100만 달러 이상 소득자에게 최저한도세를 물도록 했다. 이를 합치면 연방 정부는 향후 10년간 총 41조2000억달러의 세수입이 생긴다.
오바마 행정부는 1조8000억 달러의 적자 감축안을 새로 내놓음으로써 시퀘스터로 내년 1조2000억 달러가 자동으로 깎이는 것을 대체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예산안대로 시행되면 오는 10월1일부터 시작되는 2014회계연도 재정 적자는 7449억 달러가 된다.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4.4%에 해당하는 것으로 지난 2008년 이후 최저치다. 2013회계연도의 9730억 달러보다 2000억달러 이상 줄어드는 셈이다.
미국 정부는 GDP 대비 적자 비율을 2016년까지 2.8%로 떨어뜨린다는 계획이다.
2009년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연방 정부의 재정적자는 4년 연속 1조 달러를 넘겼다.
대신 메디케어나 메디케이드(저소득층 및 장애인 의료보장), 은퇴자 연금 등 사회복지 프로그램은 소비자 물가상승률(CPI)과 연계한 수당 지급 등의 방법을 활용해 10년간 4000억 달러를 절약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재정적자 감축과 관련해서는 공화당 요구를 더 많이 반영한 것”이라며 “공화당이 예산안을 논의하면서 정말 적자와 국가 부채 문제에 진지하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고 압박했다.
그러나 공화당의 반발에 부딪혀 올해 예산 협상도 순탄치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통신은 전했다.
공화당은 이미 올초 재정절벽(fiscal cliff) 협상에서 세수 확대를 위해 6000억 달러 규모의 ‘부자 증세’를 단행한 만큼 어떤 형태의 세금 인상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이날 “대통령은 지난 1월 세금 인상을 단행했다. 미국민의 세금은 다시 올릴 필요가 없다”면서 “사회복지 프로그램 축소는 충분하지는 않아도 칭찬할 만하다. 하지만 이를 세금 인상을 얻어내기 위한 볼모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나섰던 폴 라이언(위스콘신) 하원 예산위원장도 “균형 예산은 언제 달성되는지, 균형이 잡힐 만한 예산안을 제시한 것인지 알고 싶다”고 반문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의 예산안 내용을 설명하고 설득하기 위해 이날 저녁 공화당 의원 12명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식사 정치’를 펼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