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내놓은 4.1 부동산대책이 발표한지 사흘 만에 역풍을 맞고 있다.
야당인 민주통합당이 반기를 들어 양도세 취득세 감면, 금융규제 완화 등 핵심 대책들이 무력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국회 통과를 반대하면 정책 시행이 늦어지고 제때 대책을 실행하지 못해 효과가 크게 반감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곧 ‘거래장벽’으로 이어져 앞선 이명박 정부처럼 부동산 대책이 오히려 거래를 줄이고 가격을 하락시키는 등 시장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서민과 동떨어진 정책”이라며 벌써 시민단체가 반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도 시장 역풍을 우려하는 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윤관석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3일 “부채상환비율(DTI) 및 담보대출인정 비율(LTV) 등 금융규제 완화는 가계부채가 1000조원 규모에 달하는 상황에서 하우스푸어를 양산하고 금융부실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부동산 대책으로 부부합산 소득 6000만원 이하 가구가 6억원·85㎡ 이하 주택을 구입할 경우 DTI는 은행 자율로, LTV는 70%까지 완화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민주당은 생애최초주택 구입시 취득세 면제 기준을 6억원, 85㎡이하 주택으로 하고 양도세 전액면제 기준을 9억원 이하로 한 것에 대해 “강남의 부유층을 염두에 둔 작위적 조치로 보고 금액을 보다 현실적으로 하향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우스푸어 대책에 대해서도 약탈적 대출로 발생한 금융부실 책임을 국가가 부담하는 것에 대해 개선 및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또 다주택자 양도세 폐지는 제도를 유지하면서 민간임대주택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소형임대사업자, 간이사업자제도를 별도로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여야가 부동산 대책에 큰 틀에 공감하고 있다. 일단 상임위 통과를 위해 최선을 할 것”이라면서도 “야당 측을 설득하겠지만 어려울 수도 있다. 법안 처리가 늦어지면 역풍을 맞을수도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최대한 설득을 해보겠지지만 이번 대책에 대해 야당이 극구 반대에 나서면 정부로서로서도 어찌할 도리가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관계자는 또 “주택 증여세 감면까지 들어갔다면 더 확실한 대책이 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부자감세를 우려하는 반대 측이 적지 않아)대책에 담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이는 이번 대책이 시장 부양 정책이라기 보다 추가 가격하락을 막기 위한 대책으로 봐야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시장의 반응도 아직 잠잠하다.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와 강북 아파트 밀집지역, 분당 주거지역은 이번 정책이 발표된 후 문의전화는 조금 늘었지만 실제 거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가 예상하는 거래활성화가 이뤄지기보다 호가만 올라 오히려 거래가 더 어려워질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국회 상임위 통과가 돼야 시장반응이 올 것이라는 게 부동산 중개업자들의 평이다.
분당의 한 부동산 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문의만 조금씩 늘고 있다. 그러나 거래는 일어나지 않고 있어 정부의 추가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또 “보다 강력한 대책이 나와야 시장이 살아날 것”이라면서 “양도세 전면 폐지나 취득세 비용을 대폭 줄이는 등의 구체적 정책이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들의 반응도 싸늘하기만 하다. 새 정부의 첫 부동산대책에 대해 “투기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며 연일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경실련은 최근 논평을 통해“이번 대책은 토건세력과 투기세력에게 온갖 특혜를 제공해 투기를 유도해 거품을 지탱하려는 내용이 대부분이며 서민과 주거약자를 위한 대책은 찾아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도 논평에서“이번 종합대책은 부동산 경기 부양과 보편적 주거복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겨냥하고 있다. 하지만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미분양주택과 신축주택의 양도세 한시적 감면, 법인 부동산 양도세 추가과세 폐지 등 그동안 논의돼 온 거의 모든 시장 활성화정책을 동원해서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려는 데 비중을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