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50회로 종방… 조승우 첫 브라운관 진출작
이병훈 감독과 최완규 작가가 의기투합한 ‘허준’은 최고시청률 64.2%, 역대 드라마 시청률 3위를 기록한 명실상부한 국민 드라마였다. ‘대장금’ 역시 50%가 넘는 시청률로 세대를 초월한 사랑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 수출돼 한류 드라마 열풍을 일으키며 주인공 전광렬과 이영애를 한류 스타로 만들었다.
‘마의’는 앞선 두 작품에 비해서는 다소 아쉬운 성적을 남겼다. 최고시청률은 지난달 5일 방송된 37회가 기록한 23.7%(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다. 그러나 동시간대 꼴찌, 한 자릿수(8.7%) 시청률로 출발한 ‘마의’는 방송 4개월 만에 시청률 20%를 돌파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극 후반부에 이르러 SBS ‘야왕’과 엎치락뒤치락하는 모양새를 보이기도 했지만 마지막까지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수성했다.
이병훈 감독의 의학사극 3부작은 모두 동일한 서사 구조를 지녔다. 낮은 곳에서 출발한 주인공이 갖은 시련과 고난을 딛고 결국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르는 과정이 일관되게 펼쳐진다. 주인공에게 닥치는 끝없는 사건은 시청자들을 조마조마하게 만들면서 극에 몰입시키는 힘을 발휘한다. ‘마의’ 또한 백광현의 성공스토리란 뻔한 내용이지만 능숙한 완급 조절로 시선을 끌었다. 백광현이 조선시대 최초 외과의란 점, 동물을 치료하는 마의로 출발했다는 점은 이병훈 감독이 역사 속에서 찾은 새로움이었다.
이 작품은 스크린과 무대에서 연기력을 검증받은 배우 조승우의 첫 번째 브라운관 진출작이란 점에서 시작 단계부터 많은 화제를 모았다. 조승우는 생애 첫 드라마로 ‘2012 MBC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이례적인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극 초반 다소 과장된 연기로 부조화를 낳기도 했지만 곧 백광현에 완벽히 몰입한 모습을 선보였다.
특히 실력은 물론 재치를 겸비한 백광현이란 인물을 구현해 내는 데 가벼움과 진중함을 모두 갖춘 조승우는 안성맞춤이었다. 허준이 숭고한 의학 성인이었다면 백광현은 착해 빠진 주인공에서 어느 정도 탈피한 모습으로 좀더 인간적인 냄새을 풍겼다.
조연들의 활약도 이병훈표 사극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마의’에서는 이희도를 비롯해 맹상훈, 안상태, 인교진, 주진모, 안여진, 최수린 등 개성 있는 캐릭터들이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다. 50회란 긴 호흡으로 자칫 늘어질 수 있는 극에 끊임없이 생기를 부여하며 보는 재미를 살렸다.
‘마의’는 사극으로는 흔치 않게 전회 광고가 완판되는 기록을 세웠다. 일본에 선판매돼 지난 7일부터 위성채널을 통해 방송되고 있다. 종영한 ‘마의’가 ‘허준’, ‘대장금’처럼 사극 한류를 이어가며 이병훈 감독의 명성을 증명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