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강력한 구조조정 요구
니코스 아나스티아데스 키프로스 대통령과 미할리스 사리스 재무장관이 24일(현지시간) 브뤠셀에서 유럽연합(EU) 지도부와 협상을 벌인다.
이 협상 결과에 따라 지난 1주일간 세계 경제에 충격을 준 키프로스 사태의 진정 여부가 결정되면서 키프로스 경제의 파산을 막기 위한 막판 조율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키프로스 정부 대표는 이날 오후 헤르만 반롬푀이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조제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과 만나고 이어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와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를 만날 예정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무장관들도 이날 밤 브뤼셀에서 긴급 회동해 키프로스의 자구 방안 수용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릴 계획이라고 통신은 덧붙였다.
아나스타시스 대통령은 키프로스 정부와 의회가 합의한 ‘플랜B’를 가지고 채권단을 설득해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키프로스 의회는 22일 주요 민간 은행인 라이키 은행(Cyprus Popular Bank)의 부실 자산을 ‘부실채권전담은행(배드뱅크)’로 옮겨 청산 절차를 밟게 한 법안을 가결했다.
은행 청산 등으로 키프로스는 35억 유로를 조달할 수 있지만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이 재정 확충 규모로 요구한 58억 유로에 크게 부족한 수준이다.
키프로스 의회는 지난 19일 EU·유럽중앙은행(ECB)·국제통화기금(IMF) 등 이른바 트로이카로부터 100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받는 조건으로 10만 유로 이상의 예금에 최대 9.9%의 세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부결시켰다.
EU는 이에 대해 키프로스에 신뢰할만하고 실현 가능한 ‘플랜B’를 내놓을 것과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요구했다.
ECB는 25일까지 부실 은행 정리 등 구제금융 제공을 위한 자구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유동성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경고하면서 우려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키프로스 정부가 마련한 대안이 채권단을 설득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올리 렌 EU 경제·통화 담당 집행위원은 “키프로스에 대해 고통스럽지만 더 어려운 선택을 할 것”을 촉구했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 역시 “키프로스가 유로존에 남아 있으려면 구제금융 조건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키프로스 사태가 주변국으로 파급될 것을 우려하는 일부 유로존 국가들은 EU가 구제금융 조건을 완화해줄 것을 바라고 있지만 독일은 자금 지원에 상응하는 자구책과 구조조정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