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e야기]노원병 딜레마에 빠진 민주당

입력 2013-03-21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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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에게 끌려다니지 좀 마세요. 제1야당이 왜 그럽니까!”

민주통합당이 4·24 재보궐 선거에서 서울 노원병에 후보를 내지 않는 쪽으로 기울면서 당 홈페이지엔 연일 비판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아이디 ‘spike1000’의 당원은 “대선 내내 선거운동은 하지도 못하고 구태세력으로 몰려 안철수 비위만 맞추려 하지 않았느냐”며 “이래도 그가 양보를 해줬다고 할 건가”라고 따져 물었다.

다른 당원들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민주당은 임종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ehosoo), “노원병에 후보를 안 내려는 이유가 너무 어설픈 것 아닌가”(oiler), “세계 정치사에 제1야당이 선거에 후보도 못 낸 적이 있나”(jhkim) 등의 자조 섞인 항의성 글이 올라오는 상황이다.

현재 민주통합당 이동섭 지역위원장이 예비후보로 등록하긴 했지만 공천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 예비후보는 전날(20일)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신당을 창당하지 않겠다’는 확답을 하면 제가 민주당을 위해 노원병 후보로 안 나갈 수도 있다”고 했다. 당내 만연한 ‘안철수 신당’에 대한 공포감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미 당 내에선 지난 대선에서 안 전 교수가 문재인 전 후보에게 양보한 만큼 이번엔 민주당 차례라는 논리를 내세워 무공천 기류가 확산됐다. 노원병에 공천을 하더라도 민주통합당, 진보정의당, 통합진보당 등 야권이 다자구도를 형성하면 새누리당이 어부지리를 누리게 된다는 현실도 무시할 수 없게 된다. 명분이 아닌 실리적 계산도 깔린 셈이다.

민주당으로서는 안 전 교수가 낙선할 경우 공동으로 지게 될 정치적 책임도 부담스러울 터다. 최근엔 자칫 후보를 냈다가 꼴찌를 할 수 있다는 패배감까지 급속히 확산된 분위기다. 127석을 지닌 제1야당이 ‘홀몸 안철수’에 끌려다니는 ‘못난 모습’을 보이는 건 이렇게 복잡한 이유 때문이다.

재보선 출마선언 이후 민주통합당과의 관계에 대해 굳게 입을 다문 안 전 교수와 달리 민주통합당 소속 의원들은 저마다 언론 등에 나와 ‘야권 연대’와 ‘안철수 현상’을 거론하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선 “민주당만의 짝사랑”이라는 조롱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민주통합당은 이제 공천을 하지 않은 명분이 마땅치 않다는 게 고민스러운 지점까지 왔다. 민주통합당은 대선 패배 후 “48%(문 전 후보의 지지율)의 국민 지지”라는 명분으로 패배감에 빠진 지지자들을 달랬다. 대선 후에도 계파싸움에만 몰두해 지지자와 당원 가슴에 못을 박은 민주통합당이 이번에 어떤 현란한 수사로 무공천 명분을 내세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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