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프로스 의회가 예금 과세를 포함한 구제금융 협상안 비준을 부결시켰다. 키프로스의 시위자들은 환호했지만 글로벌 증시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20일 증시전문가들은 키프로스 문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엔화 약세가 멈춰 국내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상재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키프로스 의회가 19일(현지 시간) 구제금융 조건으로 제시한 예금 과세안을 부결시켰다”며 “이에 따라 키프로스 문제는 단기간에 마무리되지 못하고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새로운 재원조달 방안 마련을 통한 재협상과 디폴트 등의 두가지 시나리오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키프로스 정부는 100억유로 규모의 구제금융을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받는 조건으로 국내 은행 예금 잔액에 규모별로 6.75~9.9%를 과세해 58억유로 규모의 재원을 확보, 긴축 재정과 공기업 민영화 등을 추진하는 내용의 협상안을 합의한 바 있다.
그는 “마찰적 불안 요인이 지속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키프로스 사안이 그리스처럼 치명타로 비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는 여전히 높다”고 밝혔다.
박중섭 대신증권 연구원은 키프로스 사태로 엔화 약세를 멈춰 증시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연구원은 “그동안 엔화의 가치가 약세를 보인 근본적인 원인은 유로존 안정에 따라 안전자산으로서의 프리미엄이 축소됐기 때문인데 키프로스 사태로 유럽 재정위기가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는 경계감이 생겨날 경우 프리미엄 축소 현상도 멈출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그는 “증시의 상승 추세를 방해하지 않을 정도의 유럽 리스크는 오히려 환율 환경을 증시에 유리한 국면으로 만들 수 있다”며 “1100원을 넘어선 원·달러 환율은 외국인 순매수를 다시 불러들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엔화의 약세가 멈추면서 원·달러 환율이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갈 경우 최근 주가의 조정 폭이 컸던 전기전자 업종과 자동차 등 대형 수출주를 중심으로 한 코스피 상승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