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사외이사 논란, 신한사태 등 민감 이슈 산적
대형 금융지주사들이 주주총회를 앞두고 긴장하고 있다. 민감한 현안이 쌓여 어느 해보다 험난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KB금융 사외이사 재선임을 둘러싼 논란과 최근 1심 공판 결과가 나온 '신한사태', 하나금융과 외환은행의 주식교환 등이 수면에 떠오른 상태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우리·신한·하나 등 금융지주사들은 22일부터 줄줄이 정기 주주총회를 연다.
이번 주총 시즌에 가장 눈길이 가는 곳은 사외이사 선임 안건을 상정할 KB금융지주다.
KB금융 사외이사들은 '거수기'라는 비판을 듣는 다른 금융지주 사외이사들과 달리 경영진을 견제할 강력한 힘이 있다. KB금융에 '사외이사 천국'이라는 별명이 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가 무산된데 따른 후폭풍이 이런 판도에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ING생명 인수를 지휘했던 KB금융의 전략담당 부사장(CSO)은 최근 미국계 주총 안건 분석기관인 ISS와 접촉, 사외이사들의 ING인수 반대로 주가가 내려가는 등 주주 가치가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이후 ISS는 KB금융 이사회의 독립성과 객관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감독 당국과 가까운 이경재 의장과 배재욱·김영과 사외이사의 선임을 반대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이사회는 해당 부사장을 보직 해임하고 진상조사에 들어갔지만, 여진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아 보인다.
KB금융의 한 사외이사는 "저금리 기조 속에 보험사를 안고 가는(인수하는) 것이 KB에 부담이 된다고 판단했을 뿐"이라며 "보고서 내용은 아주 왜곡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국계 주주 비중이 60% 이상인 KB금융으로써는 외국계 기관투자가들이 참고하는 ISS 보고서가 주총 안건 반대를 주문했다는 것이 큰 부담이다.
국민은행 노동조합도 사외이사들의 무더기 재선임에 반대 견해를 피력하고자 소액주주들에게 의결권 위임을 받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도 28일 순탄치 않은 주총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사외이사 선임과 이사 보수 한도 승인 등 안건은 다른 금융지주사와 비슷하다.
그러나 '신한사태'와 관련된 최근 재판 내용 등이 언론에 큼지막하게 보도된 만큼 1심 재판 결과의 설명을 요구하는 소액주주들의 발언이 나올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아직 2심 재판이 시작되지 않았다"며 "최종 판결이 나면 공식 견해를 내놓는 방향으로 정리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올해 1월,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기소된 신상훈 전 신한지주[055550] 사장과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에게 각각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5일 하나금융과의 주식교환을 위한 임시 주총을 열었던 외환은행도 21일 정기 주주총회를 한다.
안건과 상관없이 하나금융과의 주식교환에 반발하는 소액주주의 강력한 반대 발언이 나올 수도 있다.
외환은행 임시 주총에서는 소액주주들과 노동조합 조합원 등 직원들의 반대 의견이 줄을 이으면서 표결이 주총 시작 3시간 만에 시작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