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극 보다 더한 프로스포츠 승부조작[차상엽의 시선]

입력 2013-03-12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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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파멸은 물론 동업자도 죽이는 행위

지난 며칠간 여론을 들끓게 했던 원주 동부 강동희 감독의 승부조작 연루설은 결국 강 감독의 구속으로 이어졌다. 이미 지난 8일 검찰로부터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됐고 11일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강 감독은 향후 구속 상태에서 계속 조사를 받게 된다.

강 감독의 구속으로 이른바 국내 4대 프로스포츠는 모두 승부조작과 연루되는 오명을 안게 됐다. 2011년 축구로 시작된 승부조작은 배구와 야구로 이어졌고 강 감독의 구속에서 알 수 있듯 결국 농구도 자유롭지 못했다. 특히 농구는 올시즌 중반을 넘어서면서 다음 시즌 신인 드래프트를 위해 ‘져주기 논란’ ‘고의 패배 의혹’까지 불거졌던 터였기에 더 큰 질타를 받고 있다.

승부조작이냐 혹은 경기 중 특정한 상황을 조작했느냐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통칭 승부조작이라는 큰 틀에서 볼 때 이들은 모두 경기를 고의로 조작했고 그에 대한 대가로 금품을 수수해 처벌을 받았다. 경기에 최선을 다하진 않았지만 금품을 수수하지 않았다 해서 그 비난을 피할 수는 없다. 일방적으로 끌려가면서도 작전 타임 한 번 부르지 않은 채 코트를 바라보며 실실 웃고 있는 감독의 얼굴을 보기 위해 팬들이 경기장을 찾는 것이 아니다. 이미 짜여진 결과를 보려면 집에서 TV드라마를 보는 편이 훨씬 낫다.

이제 팬들은 경기 중 주전선수들이 투입되지 않았다 해서 무조건적으로 비난하지 않는다. 마음만 먹으면 수준 높은 해외스포츠를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요즘이다. 그만큼 수준도 높아졌다. 주전선수를 제외하고 체력 안배를 하는 경기와 고의로 지려고 작정한 경기는 충분히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물론 강 감독의 경우 구속되긴 했지만 아직 혐의가 완전히 입증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레전드’ 라는 칭호까지 얻으며 선수와 감독으로 모두 괄목할만한 성과를 남긴 강 감독이 구속됐다는 것만으로도 그 충격은 크다. 검찰측은 이미 강 감독이 승부조작을 한 것으로 확신하는 경기들에 대한 영상을 확보했고 이미 구속된 브로커와의 금전 관계 또한 포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국내 스포츠계는 위기 상황이다. 비단 스포츠계만 이 같은 비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스포츠는 결코 짜여진 각본대로 연출되는 것이 아니다. 노력한 만큼 결과를 얻어야 하고 그에 따른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 하는 것이 스포츠다. 편법이 통한다면 그것은 스포츠가 아니라 드라마다. 작품성 있는 드라마가 아닌 막장 드라마만도 못한 삼류 드라마다.

승부조작에 가담한 프로스포츠 선수 혹은 감독들은 그들을 아끼는 팬들만 잃은 것이 아니다. 가깝게는 가족과 주변 사람들을 속이는 것은 물론 지금 이 순간에도 노력하고 있는 대다수 순수한 동료 스포츠인까지 기만하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승부조작에 가담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단 한 번의 잘못된 선택이 얼마나 큰 파장을 몰고 오는지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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