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과 채권의 대차거래 잔고가 가파르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주식 대차거래 잔고는 26조519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집계가 시작된 2008년 말의 10조3984억원보다 2.6배로 증가한 것이고 2011년 말(16조261억원)보다도 65.5% 늘어난 금액이다.
또한 올해 들어서도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지난 8일 종가 기준 대차잔고 금액은 37조8406억원으로 지난 해 말보다 42.7% 증가했다.
대차잔고란 투자자가 증권사로부터 주식을 빌린 뒤 상환하지 않은 물량을 말한다. 빌린 주식은 대체로 공매도에 활용되기 때문에 증시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최근 장기화되는 세계 경기침체와 엔저 여파가 국내 기업의 실적 부진으로 이어지자 투자자들의 공매도 욕구가 커진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 거래대금 급감으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증권사들이 대차거래를 새로운 수익원으로 보고 관련 서비스를 확대한 것 역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의 대차잔고 급증 상황이 너무 가파르다”며 “이는 수급 측면에서 부정적인 징후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경수 신영증권 연구원 역시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았는데 연초 현상과 맞물리며 오른 종목이 적지 않다”며 “이 종목들은 공매도 세력의 타깃이 될 수 있는 만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채권시장에서는 금리가 떨어지며 기대 차익을 실현하기 위한 거래가 늘어났고 장기물 중심의 거래 활성화가 대차거래 잔고의 증상으로 나타난 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기준 채권의 대차거래 잔고는 21조6668억원으로 집계가 시작된 2008년 말(7조516억원) 대비 3.1배 늘어났다. 이는 2011년말의 14조8382억원에 비해서도 46.0% 증가한 금액이다.
하지만 올들어 채권 대차거래 잔고는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가 서서히 고개를 들면서 최근 다시 감소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8일까지 채권 대차거래 잔고는 21조7832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0.5%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처럼 지난해 채권의 대차거래가 증가한 것은 저금리가 이어지자 추가 금리 하락을 예상하고 채권 가격 상승에 따른 차익실현을 노린 거래가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