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자인
봄바람이 불기 시작한 지난 2월 26일, 서울 강북구 번동의 노스페이스 실내 암벽장서 훈련에 여념이 없는 김자인을 만났다. 153cm 신장에 마른 체격이지만 암벽에 매달린 그의 모습에서는 엄청난 아우라가 뿜어져 나온다. 경사진 암벽에 안전장비도 없이 마치 춤을 추듯 부드럽게, 홀드를 잡아 올라설 때는 폭발적인 민첩성이 돋보인다. 국내 스포츠클라이밍 계에서 김자인을 누를 선수는 없다. 동양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세계 최고 권위의 대회인 ‘아르코 록 마스터’에서 우승(2010년)했고, 아시안 챔피언십은 무려 8연패(2012년)를 달성했다. 올 시즌만 해도 3번의 월드컵 우승을 발판으로 현재 세계 랭킹 1위에 올라 있다.
그는 “암벽등반 마니아 부모님 덕에 오빠들이 먼저 스포츠클라이밍을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나도 클라이밍을 시작하게 됐다”며 “워낙 승부욕이 강하고 욕심이 많은 편이지만 세계 랭킹 1위를 할 줄은 나도 몰랐다”고 말하며 수줍게 웃어 보였다.
김자인은 “유독 한국 여자선수들이 세계에서 놀랄 만한 성적을 내는 이유는 따로 있는 것 같다. 얼마전 이상화 선수가 금메달을 따는 장면을 보고 소름이 돋았다. 같은 선수지만 훈련량, 노력은 기본인데다 정신력에서 다른 나라 선수들과 차이를 보여 여자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