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퀘스터 발동…미국 정치권 이견 지속될 듯

입력 2013-03-02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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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vs. 공화 근본적 인식차로 대립…예산안·부채상한 증액 협상 등 난항 전망

미국의 연방정부 지출 자동삭감인 ‘시퀘스터(sequester)’가 1일(현지시간) 발동하면서 미 정치권의 무능함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미국 주요 언론이 보도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시궤스터 명령문에 서명했다.

이는 이날 오전 백악관에서 열린 의회지도부와의 막판 협상이 결렬된 데 따른 것이다.

미 정치권은 지난 수년간 각종 정책현안을 두고 대치를 거듭하며 국민의 불만을 사왔다.

일각에서는 시퀘스터 발동은 이미 예견된 것으로 충격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예산안·국가 채무한도 증액 등을 둘러싼 협상이 잇따라 예정돼 정치권의 이견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함에 따라 정부는 2013회계연도가 끝나는 오는 9월30일까지 850억 달러(약 92조원)의 지출을 줄여야 한다.

이에는 국방비 460억 달러와 교육·수송·주택건설 부문 일반예산 390억 달러가 포함된다.

이는 총 연방예산의 2.4%에 그친다. 삭감되는 부문은 국방·교육·사회간접자본(SOC) 등의 재량적 지출에 국한됐다.

다만 공공부문에서 100만명 이상의 노동자가 무급휴가를 떠나야 하는 등 각계각층에서 전방위적인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백악관은 공무원과 준공무원 무급 휴가를 비롯한 시퀘스터가 가져올 결과를 ‘퍼펙트 스톰’이라고 표현했다.

전국 공항 연착·지연 뿐만 아니라 국경 경비 허술·국방 태세 약화·공공과 긴급 서비스 축소 등도 이어진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협상 결렬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모든 국민이 당장 이번 지출삭감 조치로 인한 고통을 느끼지는 않겠지만 그 고통은 현실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시퀘스터가 현실화하면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0.5%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전문가들은 최근 미국에서 고용시장 개선과 부동산시장 안정 등에 힘입어 경기회복 기대감이 살아나고 있는 가운데 시퀘스터 발동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 경제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지난 2009년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이어진 미국 정치권의 ‘벼랑끝 대치’가 점점 더 악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백악관과 의회는 2009년 건강보험개혁안과 2010년 감세연장법안·2011년 급여세 감면 연장안으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재정절벽(fiscal cliff)’ 협상으로 연말 휴가까지 반납하면서 대립했다.

정치 전문가들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경제철학에서 근본적인 인식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것이 이같은 대결구도의 주요 원인이라고 해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공정한 기회(fair shot)’를 주장하면서 큰 정부를 지향하고 있는 반면 공화당은 자유로운 기업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작은 정부를 요구하고 있다.

정치권의 ‘치킨 게임’으로 인한 피해는 미국민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미국 정치권이 쟁점 협상 때마다 단기적 처방으로 일관해왔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고 지적하고 있다.

오는 27일로 임시예산안 시한이 끝나고 오는 5월18일에는 미뤄놓은 국가부채 한도 일시 증액 조치가 종료돼 또다른 협상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시퀘스터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다른 협상까지 진행할 경우 정부폐쇄·국가 디폴트(채무 불이행)·국가신용등급 하향조정 등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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