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카드사 분사 바람…우리카드 이어 NH농협·외환도 고려중
신용카드업계의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지난 2011년 4월 KB국민은행이 KB국민카드를 분사한데 이어 2년 만에 우리은행이 카드사업을 분사함으로써 전업계 카드사가 7개사로 늘어나게 됐다. 이에 따라 신용카드 시장을 놓고 카드사들의 시장 확보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특히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신용카드 영업 규제를 대폭 강화했고, 경제활동인구 1인당 4.5장의 신용카드를 소유할 정도로 신용카드 시장이 포화 상태에 있어 향후 카드업계가 신용카드보다 체크카드 영업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 우리카드 분사 그 이후 = 내달 4일 공식 출범하는 우리카드는 업계 3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전업 카드사 중 신한카드가 1위를 차지하고 있고 그 다음이 KB국민카드, 삼성카드, 현대카드, 롯데카드, 하나SK카드, 비씨카드 순이다.
업계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카드사가 모두 은행계일 정도로 우리카드의 분사에 카드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카드 발급에서 은행이라는 인프라가 가장 중요한 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카드가 3위를 노리고 있는 데도 이런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카드는 바로 체크카드로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실제로 KB국민카드는 분사 후 은행계 카드의 장점을 살려 체크카드 실적 1위를 차지했다. 또 신용카드사로서도 점유율 2위를 단박에 꿰찼다.
현재 체크카드의 경우 KB국민카드가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 이용금액 13조2437억원, 발급수 1873만개이다. 그 다음이 NH농협은행 카드사업부로 이용금액 11조9000억원, 발급수 1540만개로 2위이고, 신한카드가 이용금액 9조8512억원, 발급수 1539만개로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은행 카드사업 부문은 이용금액 6조7000억원, 체크카드 발급수 888만개로 하나SK카드(이용금액 6조9000억원)에 이어 5위이다.
우리카드는 은행계 카드사이기 때문에 우리은행 인프라를 이용해 체크카드 발급 면에서 기업계 카드(삼성, 현대, 롯데 등)보다 우위를 점하기 쉽다. 일단 우리카드는 눈앞의 하나SK카드와 NH농협카드의 체크카드 실적 우위를 목표로 이 사업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카드의 체크카드로 시장 점유율 확대를 꾀하는 점은 신용카드 회원 확보 차원에서 희망적이다. 올해부터 체크카드에 소액결제 기능이 적용되는 하이브리 기능이 부여된 만큼 자연스럽게 신용카드 영역 점유율도 높여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우리카드만큼 NH농협카드도 우리카드 분사 성공 여부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카드 분사의 성공은 NH농협카드 분사에 성공적 선례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NH농협은행 내부적으로도 우리카드 분사 성공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분위기”라며 “우리카드 분사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NH농협카드의 향후 분사에 시금석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NH농협카드, 외환카드 분사 가시화 되나 = 2009년 하나SK카드 분사, 2011년 KB국민카드 분사, 2013년 우리카드 분사로 은행계 카드가 2년 단위로 분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NH농협카드의 분사도 시간 문제라는 것이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NH농협은행 카드사업 부문의 시장점유율은 8.6%로 전업계 카드사인 롯데카드(8%), 우리은행 카드사업부(7%)보다 우위다.
특히 NH농협카드의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누적 발급수는 2000만장을 넘어선 지 오래다.
체크카드 누적 발급수는 1540만장으로 체크카드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는 KB국민카드(1873만장) 다음이다.
이러한 NH농협은행의 카드사업부가 분사할 경우 무섭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NH농협의 큰 장점은 1150여개의 단위조합이다. 1000여개가 넘는 단위조합들은 NH농협의 자체 브랜드인 ‘채움’카드 발급을 확대하고 있어 시장경쟁력을 갖고 있다.
이러한 NH농협은행의 카드사업부 분사에 업계 및 여론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이유는 우리카드 분사 이상으로 시장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이에 NH농협금융은 ‘시기상조’라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신동규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당분간 NH농협카드 분사를 추진할 생각이 없다”며 분사 시기가 아님을 재확인시켜줬다.
신 회장은 “도리어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우리카드가 분사할 상황이 아닌 것 같은데 분사를 한 것 같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NH농협카드 분사만큼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는 부분은 외환카드 분사다.
하나금융지주가 조만간 외환은행의 카드사업 부문을 분사할 것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카드를 분사하고 하나SK카드와의 합병을 추진할 것이란 게 업계 내 기본적 시나리오로 여겨지고 있는 것.
이에 대해 하나금융지주 관계자는 “당장의 계획이 없는 상태”라며 시장의 시각을 일축시켰다.
하나SK카드의 지난해 6월말 기준 회원수는 752만명으로 시장 점유율은 5.3%다. 또 같은 기간 외환카드의 시장 점유율은 2.8%에 불과하다.
만약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가 합병하게 되면 두 카드의 시장점유율은 8%에 근접해진다.
하나SK카드가 전업계 카드사 중 꼴찌 탈출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시장점유율을 10%까지 노려볼 수 있는 기회다.
카드사 관계자는 “시장점유율 10%를 넘어서게 되면 시장 내 영향력을 어느 정도 발휘할 수 있는 수치로 해석하고 있다”며 “시장 점유율 8%대를 확보하고 있는 카드사 경쟁이 치열해지기 시작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