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자 과세 피해 런던행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가 2014년 1월부터 주식·채권·외환 등의 거래에 금융거래세(토빈세)를 적용하기로 하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이 긴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토빈세 시행이 금융거래를 위축시키고 시장을 왜곡하는 부작용을 낳는다며 우려하고 있다.
유럽금융협회는 토빈세 시행으로 자본을 형성하는 비용이 증가하면 침체에 빠진 유로존 경제의 성장을 저해하는 또 하나의 요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은행과 헤지펀드 등이 편법으로 과세를 회피할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유럽 대륙 내 금융 허브인 독일 프랑크푸르트 금융시장 관계자들은 상당량의 금융거래가 과세를 피해 런던과 뉴욕 등으로 옮겨갈 가능성을 지적했다.
EU가 도입하는 토빈세는 연기금에도 적용됨에 따라 연기금 운용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EC는 연기금 운용은 비과세 거래를 통하면 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 경우 자금 운용에 제약이 불가피하다.
EU 11개국이 일방적으로 토빈세를 시행하면 도입에 반대하는 나머지 16개국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EU의 토빈세 징수 계획에 따르면 미시행 16개국은 시행국 못지않은 세금 부담을 갖게 돼 시행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EU의 토빈세 도입은 역기능과 부작용을 간과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EU는 막대한 세수 확대를 기대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금융기관들의 세금 회피만 조장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스웨덴은 지난 1984년 금융거래세(FTT)인 토빈세를 도입했다. 스웨덴 정부는 증권거래에 0.5%의 세금을 부과해 매도와 매입 양쪽에 세금을 부과할 경우 1.0%의 세수를 걷었다.
스웨덴 정부는 이후 1986년 이 세율을 두 배로 인상하고 채권 등에도 세금을 부과했으나 거둬들인 세수는 실망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스웨덴은 금융거래세를 통해 매년 15억 스웨덴크로나의 세수를 거둘 것으로 전망했으나, 결국 절반 수준인 8000만 크로나에도 못 미쳤다. 금융거래세를 통한 평균 세수는 한해 5000만 크로나에 그쳤다. 또 세금이 부과되면서 거래량도 크게 줄었다. 토빈세가 발표된 이후 채권 거래는 85%, 선물은 80% 각각 감소했다.
스웨덴은 1990년 채권에 대한 세금을 철회했고, 1991년 나머지 토빈세의 세율을 절반으로 줄인 뒤 같은 해 말 완전히 없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