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연기’ 논란 속 드라마 출연 봇물… 연기 준비 안된 묻지마 캐스팅 문제
드라마 속 아이돌의 연기 경쟁이 치열하다. 비스트 윤두준은 KBS‘아이리스2’에서 NSS 최고의 엘리트 요원 ‘서연우’로 정극 연기에 도전했다. 2PM 황찬성은 MBC ‘7급 공무원’에서 국정원 요원 ‘공도하’로 변신했다. 에이핑크 정은지는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서 언니의 죽음으로 아픈 과거를 안고 사는 플로리스트 수강생 ‘문희선’역을 맡았다. 동방신기 정윤호는 SBS 드라마 ‘야왕’에서 젠틀하고 부드러운 그룹 회장 아들 ‘백도훈’ 역 맡았다. 이외에도 MBC ‘닥터진’의 김재중과 MBC ‘보고싶다’ 박유천 윤은혜, KBS ‘드림하이’와 MBC ‘빅’의 수지가 있다. 그리고 소녀시대 유리는 SBS ‘패션왕’ 윤아는 KBS ‘너는 내 운명’과 ‘사랑비’에 출연했다. 아이유는 3월부터 방송될 KBS 주말극 ‘최고다 이순신’주연을 맡았다. 아이돌 없는 드라마 찾기가 어려울 정도다.
이처럼 아이돌이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아이돌은 다양한 뮤직비디오와 CF, 버라이어티 등으로 카메라 앞에서 익숙한 것이 PD와 작가의 마음을 샀다. 확고한 팬층을 보유하고 있어 드라마 홍보효과를 톡톡히 보는 것도 장점이다. 또 아이돌의 인기는 드라마 제작을 위한 투자 유치와 방영 이후 해외 판매에도 유리하게 작용한다.
이러한 이점에도 아이돌 출연 드라마의 문제점이 적지 않게 노출되고 있다. 연기에 도전한 아이돌 대부분이 ‘OOO 발연기’ 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기 때문이다. 어색한 표정과 부정확한 발음은 드라마의 완성도를 저하시키고 시청자들의 작품 몰입을 방해한다. 김도훈 PD는 아이돌의 연기력 논란에 대해 “연기는 마음을 통해서 본질적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거울을 보고 이미지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한계”라며 “‘죽기 살기로 연기아니면 안 되겠다’가 아닌 ‘이것 아님 다른 것 해서 먹고 살지 뭐’ 하는 사람이 드라마 한다면 장래가 밝지 않다”고 우려를 표했다. 김PD는“해외 투자자들은 이미 아이돌을 정해 놓고 투자를 한다”며 “제작사가 아이돌을 캐스팅하고 방송국 편성이 되면 감독이 정해진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연기에 나서고 있는 연기돌 중 최고는 누구일까.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현재 방영중인 드라마 중에는 정은지에게 가장 높은 점수를 준다. B- 정도, 나머지는 C 다”며 “정은지는 사투리 연기논란이 있지만 대사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응답하라 1997’에서는 정은지가 캐릭터 소화를 잘 했다며 예능작가의 힘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콘텐츠가 변화하면서 아이돌이 드라마 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검증 되지 않은 아이돌이 주연급으로 출연하는 것에 대해 “정통 연기자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 있을 것”이라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배국남 대중문화 평론가는 “아이돌의 연기력은 아직도 뒤처진다. 연기에 준비안된 아이돌들이 인기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한류 덕에 묻지마 캐스팅이 난무하기 때문이다”며 “해외 투자유치와 드라마 수출에 긍정적 영향을 주지만 준비 안 된 아이돌의 드라마 장악은 한국드라마 질을 떨어뜨린다”고 원인을 지적했다. B+로 정은지를 가장 높이 평가한 이유에 대해 그는 “캐릭터 소화력과 감성연기가 상당부분 뛰어나다”며 “시청자들이 몰입할 수 있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유천 탑에게 B를, 윤아 윤두준 C를 부여해 연기돌에게 평균 C정도의 점수를 줬다. 가장 낮은 점수(D)를 받은 김재중 유노윤호는 발성과 연기 세기에 문제점을 노출해 대사연기나 표정연기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