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잔인한 봄'] '억대 연봉' 펀드매니저도… 인력 구조조정ㆍ재계약 고민

입력 2013-02-26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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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악화로 숫자도 감소… 3월 인센티브 받고 이직은 옛말

▲억대 연봉을 받으며 수조원대의 돈을 굴리는 ‘증시의 꽃’ 펀드매니저마저 최근 업황 악화에 따른 파고로 구조조정 위험에 시달리고 있다.

일반 직장인들은 꿈도 꾸기 힘든 억대 연봉을 받고, 적게는 수십억에서 많게는 수조 원의 돈을 굴리는 사람들. 주식시장을 무대로 수조 원의 자산을 주무르는 펀드매니저는 애널리스트와 함께 ‘증시의 꽃’이라 불리며 오랫동안 많은 이들의 선망의 대상이 돼왔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 전반에 불황의 골이 깊어지며 이들의 명성도 예전 같지않다. 펀드환매 랠리와 수익률 악화 등 자산운용업계의 불황이 장기화 되면서 스토브 리그를 맞은 펀드매니저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펀드매니저도 인력구조조정 한파=최근 금융투자업계에 증시 침체로 인한 구조조정의 전운이 감돌고 있는 가운데 주요 자산운용사들의 펀드매니저 수도 감소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25일 금융투자협회 운용사별 펀드매니저 현황 공시에 따르면 지난 1일 현재 삼성자산운용의 펀드매니저수는 42명에서 32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명이 줄었다. 동양자산운용은 28명에서 22명으로 6명이, 한화자산운용도 37명에서 31명으로 6명이 각각 감소했다. 같은 기간 산은자산운용은 18명에서 16명으로, 하나UBS자산운용은 19명에서 17명으로 각각 2명씩 줄었다.

업계에서는 공시된 내용보다 실질적인 인원감축의 폭이 더 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본격화되고 있는 펀드매니저 인력 감축은 자산운용사의 경영악화가 주된 이유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2년 회계연도 3분기(2012년 10월~12월) 전체 자산운용사 84개사 가운데 30사(국내 22개, 외국계 8개)가 적자를 기록했다. 2012 회계연도 누적기준으로는 전체 약 40%인 33개사가 적자였다. 이는 직전 회계연도보다 7개사가 늘어난 수치다.

영업이익도 감소 추세다. 자산운용사의 영업규모는 지난 2010년 말 516조원에서 2011년 말 538조원, 지난해 말 590조원으로 증가하고 있는 반면 영업이익은 2010회계연도 5125억원에서 2011회계연도엔 4522억원, 지난해 3분기 누적(4~12월) 3502억원으로 감소하고 있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펀드의 인기가 시들해지며 자산운용사의 수익구조 역시 나빠지고 있다”며 “업계 불황의 파고를 펀드매니저 역시 피하기 어려운 노릇이 아니겠느냐”고 토로했다.

◇‘미지근’한 스토브리그 = 증시 침체로 자산운용업계도 불황의 골이 깊어지며 올해는 미지근한 스토브리그를 보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통상 3월 결산법인인 증권투자업계는 3월 말 결산이 끝난 뒤 인센티브를 받고 본격적인 이동을 시작한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불거진 업황 악화와 자문사의 구조조정 등이 겹치면서 펀드매니저의 이직 시기도 앞당겨지고 있는 추세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4일 HDC자산운용은 컴퍼스투자자문의 주식운용본부장을 지낸 홍호덕 전무를 주식운용본부장에 선임했다.

홍 전무는 HDC자산운용의 전신인 아이투신의 주식운용본부장을 지낸 후 당시 대표였던 우경정 대표와 2011년 컴퍼스투자자문을 세웠다. 하지만 영업 환경 악화로 손실을 메우지 못한 컴퍼스투자자문이 지난해 12월 회사 청산을 결정하면서 홍 전무가 HDC자산운용으로 컴백하게 됐다.

지난해 12월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전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 매니저였던 김성우 주식운용본부장을 영입했다. 외환은행 고유운용을 거친 박창석 팀장도 신영자산운용 주식운용5팀장으로 옮겼다.

펀드환매 랠리, 수익률 악화 등에 따른 최고운용책임자(CIO)의 교체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말 삼성자산운용의 김준성 최고운용책임자(CIO)는 개인적인 사유로 사의를 표명했다.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싱가포르투자청(GIC)에서 아시아 주식운용을 총괄했던 김 CIO는 삼성자산운용이 해외 사업 역량 강화를 위해 공을 들여 2011년 3월 영입했다.

김 CIO는 주식운용 1,2,3본부와 상장지수펀드(ETF) 운용본부, 퀀트운용본부, 전략운용본부, 해외본부운용파트 등을 총괄하는 주식(에퀴티)총괄을 맡았다. 이를 위해 삼성자산운용은 앞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그러나 기대를 걸었던 해외영업의 성과가 좋지 않자 스스로 부담을 느껴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KDB자산운용은 지난 6월 CIO를 맡고 있던 임정석 상무가 물러나면서 월가 매니저 출신 데이비드 전을 공동대표 겸 CIO로 영입했으며, 현대자산운용 CIO로 있던 장득수씨는 지난해 11월 우리투자증권 프라이빗뱅캥(PB)인 프리미어 블루 강북센터의 이사로 옮긴 바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들어 운용 수익률이 좋지 않아 CIO가 교체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며 “그만큼 운용사들의 경영환경이 악화됐다는 방증으로, 올해는 연봉을 올려 이직은 고사하고 지금 자리라도 고수하면 다행인 상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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