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시도락가의 맛기행… 발길마다 맛길 멋길

입력 2013-02-22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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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명보다 유명한 음식들

▲청춘 남녀의 기차여행지로도 유명한 춘천. 중앙시장 인근 조양동에는 명동 닭갈비 골목이 있다. 최근에는 한류의 영향으로 닭갈비 맛을 보기 위해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사진=한국관광공사)

‘금강산도 식후경’이다. 아무리 재미있는 일이라도 배가 불러야 흥이 나기 때문이다. 그만큼 먹을거리가 중요하다. 특히 여행에서 먹을거리는 빠질 수 없다.

여행보다 먹을거리가 우선인 사람도 있다. 맛기행을 즐겨하는 식도락가들이다. 식도락가들이 즐겨 찾는 ‘맛이 있는 여행지’는 어디일까. 구석구석 둘러보면 지명보다 음식 이름이 더 유명한 곳도 많다. 무안 세발낙지와 의정부 부대찌개 등이 대표적이다. 지금부터 차례대로 떠나보자.

전남 무안은 바다, 강, 들에서 나는 ‘무안 5미(味)’가 유명하다. 세발낙지, 숭어회, 장어구이, 돼지짚불구이, 양파한우가 그것이다. 그중에서도 무안 낙지는 으뜸으로 손꼽힌다.

특히 발이 가는 세발낙지는 별미 중의 별미다. 낙지는 먹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요리법이 다양하다. 낙지를 먹을 줄 안다는 사람은 산낙지를 선호한다. 나무젓가락에 돌돌 말아 통째로 먹는 세발낙지는 입안에 감기는 감칠맛과 부드러우면서도 차진 식감이 그만이다.

통째로 먹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머리를 뗀 산낙지 발을 잘게 다진 ‘당고’나 대강 탕탕 잘라낸 ‘탕탕이’도 좋다. 해장용으로는 연포탕이 안성맞춤이다. 국물을 내는 방법은 다르지만 낙지의 부드러운 살과 시원하고 담백한 국물은 한결같다.

데쳐서 채소와 함께 무친 낙지초무침은 새콤한 양념에 아삭거리는 채소의 식감이 일품이다. 부드럽고 쫄깃한 낙지가 어우러져 여럿이 먹기에도 좋다.

낙지로 배를 호강시켰다면 이번에는 무안생태갯벌센터에서 눈을 호강시킬 차례다. 3000여년 전부터 퇴적과 침식을 거듭하며 형성된 무안갯벌의 생태와 역사를 볼 수 있다. 갯벌캠핑장에는 4·6인용 카라반이 있어 바다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에도 좋다.

맛기행하면 전주를 빼놓을 수 없다. 깊은 전통의 맛에 따사로운 한옥과 사연이 곁들여지기 때문이다.

전주를 대표하는 음식은 한정식이다. 한정식 한상은 잔칫집 상차림이 부럽지 않다. 전주의 명물 콩나물이 장터에서 시작된 것에 반해 전주 한정식은 이곳 여인들이 정성껏 차린 가정식 밥상에 근거를 둔다.

한정식에는 30여 가지 반찬이 나온다. 황포묵과 모래무지 등 ‘전주 10미(味)’ 외에 젓갈, 김치 등이 어우러져 정감이 간다. 전주에는 한옥마을을 비롯해 시내 곳곳에 한정식집이 즐비하다. 외국손님 대접에도 안성맞춤이지만 양도 푸짐해 건장한 청년들이 먹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맛의 본고장인 만큼 한정식만 달랑 먹고 돌아오면 섭섭하다. 콩나물국밥, 막걸리, 피순대, 비빔밥 등 놓쳐서는 안 될 요리가 많다. 전주 맛기행 뒤에는 한옥마을, 전주천 갈대숲 산책을 즐기는 것도 좋다.

이번에는 강원도로 떠나보자. 청춘 남녀의 기차여행지로도 유명한 춘천이다. 춘천 시내 중앙시장 인근 조양동(속칭 명동)에는 명동 닭갈비 골목이 있다. 이곳에는 닭갈비 전문식당 20여 개가 여행객의 미각을 자극한다. 최근에는 한류의 영향으로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 관광객이 좁은 골목과 식당가를 점령했다. 모두 닭갈비를 맛보기 위해 찾은 사람들이다.

닭갈비는 토막 낸 닭고기 여러 부위를 도톰하게 펴서 양념에 쟀다가 채소와 함께 볶아먹는 요리로 ‘닭 채소 양념볶음’이 정확한 표현이다.

조양동뿐 아니라 낙원동 닭갈비골목, 후평동 닭갈비거리, 만천리 닭갈비거리, 동면 닭갈비거리, 신북 닭갈비거리 등에도 닭갈비 전문식당이 즐비하다.

맛기행이라고 해서 먼 곳만 찾을 필요는 없다. 서울 근교에서도 훌륭한 맛기행이 가능하다. 의정부 부대찌개다.

한국전쟁 직후 미군 부대에서 나온 햄과 소시지에 김치, 고추장 양념, 육수를 넣고 끓인 음식이 부대찌개다. 서양 식재료로 만들었지만, 60년 넘는 세월을 거치며 한국적인 맛으로 진화했다. 의정부 부대찌개 거리에는 어디에서도 흉내낼 수 없는 풍미를 자랑하는 식당들을 만날 수 있다.

부대찌개를 맛본 뒤에는 의정부 제일시장을 돌아보고, 이어지는 행복로를 산책하면 맛기행은 더욱 풍요로워진다. 아이를 동반한 가족은 의정부 경전철을 이용하면 보다 편리하게 여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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