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출범앞두고 대책 쏟아져…'건전성 악화' 부작용 우려
# 박근혜 새누리당 전 대표가 대통령 당선 직후 금융권은 경쟁적으로 중소·중견기업 지원대책을 쏟아냈다. 핵심은 중기대출 확대다. 금감원은 중소기업 대출목표 초과 달성을 은행권에 공개적으로 주문했다.
# 은행권의 지난달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전월대비 3조1000억원 증가했다. 중소·중견기업 살리기에 방점을 찍은 박근혜 정부 출범을 앞두고, 정부가 중기대출을 늘리라고 은행권을 압박한 결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금융권이 중소·중견기업 살리기에 ‘올인’했다.
박근혜 당선인의 핵심 국정 키워드인‘중소기업 살리기’에 맞춰 대출만기 연장과 금리인하 등 대출지원과 중기전용 금융상품 등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중소·중견기업 지원의 핵심은 자금이다. 올해 은행권의 중기 대출 규모는 35조~37조원 수준으로 전망된다. 이미 연초부터 자금지원이 확대되면서 ‘대출 비수기’인 지난 1월 주요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이 증가하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이 기간 대기업·주택담보·신용대출은 모두 감소해 중기대출 집중도가 더욱 두드러졌다.
20일 은행권에 따르면 1월 말 현재 KB국민·우리·신한·하나 등 4개 주요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은 205조9073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말 205조251억원보다 8822억원 늘어났다.
은행들은 12월에 막바지 대출영업에 총력을 기울여 1월에는 대출이 별로 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이처럼 은행권에서 중기대출이 대폭 늘어난 것은 ‘중소·중견기업을 살리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정책의지를 은행권이 적극 구현한 결과로 풀이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무래도 박근혜 정부가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한데 따라 은행들이 자발적으로 나선 측면이 없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중기 살리기에는 지방은행들도 예외가 아니다. 부산은행이 올해 총 대출규모를 10% 가까이 늘리는 등 지방은행들은 수도권 소재 중기·중견기업 보다 상대적인 어려움이 예상되는 지역 기업들에 대해 우대금리, 만기연장 등 다양한 혜택을 제시하고 나섰다.
은행권의 중기·중견기업 대출 증가를 바라보는 시각은 일면 긍정적이다. 기술력 있는 우량 기업에 자금을 지원해서 지속성장을 담보한다는 대의에는 모두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권과의 코드 맞추기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면 재고할 여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책에 등떠밀린 무리한 중기대출은 자칫 부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자금지원이 절실한 중소·중견기업 간 형평성 문제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많다.
정책금융기관과 시중은행들의 대형 중소기업 우대현상이 자칫 중소기업 간 자금지원에 있어서 쏠림현상 내지는 양극화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중복지원 문제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은행권의 자금지원이 중소기업에만 쏠리면서 대기업이 역차별 받는 점도 문제다. 경제민주화 화두속에 대기업 지원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일부 대기업들은 한계기업으로 내몰려 자금수혈이 절실한 상황이다.
중기대출 강화와 리스크관리 강화간의 이해상충 극복도 과제다. 은행권은 올해 경영화두로‘리스크 관리’를 꼽을 만큼 보수적 운영을 전면에 내세웠다. 경기부진에 따른 영업환경 악화로 올해 수익률 관리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전방위적인 자금 지원을 기대하는 중소·중견기업의 바람과는 필연적으로 엇박자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 동안 경험적으로 중소·중견기업 대출 확대가 간격을 두고 은행의 건전성 악화로 나타났다는 점은 부담스런 대목이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02년부터 최근까지 국내 은행권은 크게 2차례에 걸쳐 중소기업 대출을 급격히 확대한 이후 시차를 두고 부실채권(NPL) 비율이 증가하는 현상이 반복해 발생했다.
경기부진으로 중소기업의 업황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에 대한 무리한 대출 확대가 향후 부실증가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방증이다.
권우영 선임연구원은 “중소기업 대출은 다른 대출에 비해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면서 “취약업종을 중심으로 부실 확대요인이 잠재해 있기 때문에 대출 과정에서 신용평가를 철저히 하는 등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