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민의 세종만평]세종청사, 본래 취지 살리려면

입력 2013-02-18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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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의 논리로 절름발이가 된 세종청사는 업무 비효율성과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하고 있다. 이유야 어떻든 세종시가 실질적 행정수도 역할을 하려면 지금부터라도 정치권과 정부가 힘을 합쳐 슬기롭게 대처해야 한다. 자칫 세종청사가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역사상 가장 잘못된 정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박근혜정부가 신설한 미래창조과학부와 해양수산부 청사 위치를 두고 말들이 많다. 세종시가 실질적 행정수도 역할을 하려면 이들 신설 부처의 청사는 세종청사가 돼야 한다. 수조원의 혈세를 들여 세종청사를 건립해 놓고 이들 부처를 과천이나 부산에 둔다면 세종청사는 영원히 절름발이 청사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공무원들 통근버스 지원이나 서울 출장비 증가 등 과천청사 때와 달리 민원인 교통비를 제외하고도 길바닥에만 뿌려지는 돈이 매년 3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업무 비효율성까지 고려할 때 수조원의 혈세가 낭비되고 있는 셈이다.

최근 세종청사 공무원들 사이에서 행정안전부를 비롯해 모든 행정부처가 세종시로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행정안전부는 부처 컨트롤과 지방자치·지역균형발전의 주무 부처이기 때문에 세종청사 본래 취지를 살리려면 이전이 꼭 필요하다.

지난 14일 국회 본관에서 열린 대정부 질문에서 김황식 국무총리가 여야 국회의원들 간의 설전을 놓고 지적한 세종청사 입주 공무원들의 불편에 대해 정치인들도 자유로울 수 없다.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표를 의식해 세종청사 이전을 추진한 만큼 제대로 된 행정수도 역할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100년을 내다봤을 때 잘못된 정책이라고 판단된다면 지금이라도 백지화하고, 이와 관련해 책임이 있는 정치인들은 모두 자진사퇴나 그에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세종청사가 실질적 행정수도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업무 효율성과 혈세 낭비를 막을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치적 논리로 미래창조과학부나 해양수산부 청사를 다른 곳에 둔다면 행복한 세종청사시대가 아닌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현실적으로 국회와 청와대는 세종시로 이전할 수 없다면 분청을 둬서라도 행정부처 공무원이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역으로 국회의원과 대통령이 내려와 업무 비효율성을 최소화해야 한다. 당연히 모든 행정부처는 기본적으로 세종청사 이전이 이뤄져야 하고 꼭 필요한 경우 서울에 분청을 두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를 의식해 충청표를 잡으려고 아직 제대로 건설도 안 된 세종청사로 입주를 서두르면서 공무원들의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세종청사 인근 아파트는 물량 부족과 공무원 전세수요가 몰리면서 전세금이 천정부지다. 세종청사 행정구역 안에 유일하게 있는 첫마을 아파트의 경우 넉달 사이에 전세금이 2배로 뛰는 기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첫마을 아파트 내 초등학교는 수요예측 실패로 교실이 부족해 더는 학생을 받을 수 없는 형편이다. 초등학교 내 기존 세종시 주민 자녀와 공무원 자녀 간의 인식 차이로 서로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변변한 의료시설이나 주민 문화공간이나 대형마트도 없는 허허벌판이어서 입주 공무원 가족들은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이러한 입주 공무원의 불편을 행정부의 책임으로만 돌려 질타하는 정치인들이 뻔뻔스럽다. 이젠 여야 국회의원들이 아전인수식 정치논리에서 벗어나 세종청사가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지혜를 나누고 힘을 합쳐야 한다. 경기불황으로 시름하고 있는 서민들의 혈세만 축내는 세종청사가 아닌 국민행복 시대를 만들 수 있는 세종시대를 열어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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