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대응 강경책 앞장설 듯… 보수색 지나치게 강하단 지적도
김병관(65) 국방부 장관 내정자에 대한 주변의 평이다. 김 내정자는 학창시절부터 군인을 꿈꿨다. 고교시절 이후 지금까지 고대 중국의 병법서인 ‘손자병법’을 300번 이상 읽은 것은 익히 알려진 일화다. 김 내정자는 서울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쟁전략과 손자병법’ 과목을 강의했으며 ‘손자병법해설’을 출간했을 정도다.
그는 고교 시절 육사에 가려했다. 학우들이 “점수가 낮아 육사에 가려는 것 아니냐”고 하자 마음을 바꿨다. 1967년 서울대 화학공학과에 진학한 후 한 학기 만에 자퇴했다. 이후 육사에 수석 입학·졸업했다. 1972년 육사 졸업식 때는 박정희 전 대통령으로부터 대통령상을 받았다.
육사 출신의 한 교수는 “김 내정자는 최고가 아니면 못 배기는 성격이다”며 “한번 결정을 내리면 밀어붙이는 업무추진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 내정자가 박근혜 정부 초기 장관 후보로 부상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그는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내정된 지난 8일 이후 물망에 올랐다. 이전에는 남재준 전 육군참모총장이 후보로 거론됐다. 김 내정자는 2008년 예편 이후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국책자문회의 국방분과위원장을 맡았지만 두각을 나타내진 않았다.
그는 지난해 초 재향군인회 회장 선거에 출마했으나 한나라당에서 제16대 국회의원을 지낸 박세춘 회장에게 뒤져 낙선했다. 예비역 중에서도 잘 나가는 축에 속하진 않았다. 그러나 남 전 육군참모총장(육사 25기)이 김장수(육사 27) 국가안보실장 내정자의 2년 선배인 터라 이후에는 무게추가 김 내정자에게 쏠렸다. 김 내정자가 예편 이후 5년 간 별다른 활동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박근혜 정부에서 금의환향한 셈이다.
김 내정자의 휴대폰 고리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가 휴대폰 고리에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사진을 가지고 다닌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김 내정자는 “평소에 두 분을 가장 존경해서 사진을 달고 다닌다”고 주변에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내정자를 누가 추천했는지, 아니면 박 당선인이 인사 검증 과정에서 직접 선택했는 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박 당선인이 평소 눈여겨 보고 있던 인물 임은 분명하다는 것이 당선인 측의 전언이다. 새누리당의 한 당직자는 “김 내정자가 군 시절 두각을 보인 데다 박 당선인의 지지자여서 당선인이 모를 리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내정자는 지난해 12월 대통령 선거 직전 예비역 장성 82명을 모아 박 당선인 지지를 선언했다. 그는 지지선언을 하면서 “남북 대치상황이 불안한 데 북방한계선(NLL)을 부정하는 좌파 세력에 나라를 맡길 수 없다는 위기감 때문”이라고 주변에 설명했다. 김 내정자는 이번 주초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으로부터 전화로 장관 내정 통보를 받았다.
그의 국방부 장관 내정으로 박 당선인의 안보 라인이 매파 일색이라는 우려도 있다. 김 내정자는 지난해 재향군인회 회장 선거에 출마할 당시의 선거 공보물에 “국가안보의 보루와 통일의 선봉, 건강한 국민의식 확산 선도, 종북세력 척결의 결사대가 되겠다”고 했다. 한 나라의 장관으로서 보수색이 지나치게 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내정자는 북한은 가까운 시기에 급격한 변화를 맞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 내정자가 한국대학생포럼에서 ‘북한 정세와 동북아 안보’라는 주제로 한 강연자료에는 “북한은 체제 불안정으로 변화의 기로에 직면했다”며 “대외 위협 등 협상의 임시 해결책으로는 극복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김 내정자가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내정자, 윤병세 외교부 장관 내정자와 함께 새정부에서 북한 추가 도발을 억제하는 강경책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김 내정자는 북한 정권의 변화는 ‘타국 관할’ 하에 추진될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한국대학생포럼 강연자료에서 “북한 정권의 성공을 위한 개혁·개방과 성취동기 유발은 체제유지와 상충된다”며 “한국의 관할 하에 북한이 변화하는 것이 한반도·동북아 안정에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중국 영향력 밑에서 변화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한미 동맹 강화, 촛불집회·국회정쟁 등의 예방을 위한 여론지지 확보” 등을 꼽았다.
김 내정자는 노무현 정부 때 한미연합사령부 부사령관을 맡으며 당시 버웰 벨 주한미군사령관과 신뢰관계를 구축, 한미 동맹을 공고히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내정자는 장관 인선 발표가 난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박 당선인이 말씀한 군 선진화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의 공약인 군 복무기간 단축에 대해서는 “군의 장기 발전 계획을 보면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