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20일 남겨 두고 새 정부 출범 준비 ‘제자리걸음’
박근혜 정부 출범이 20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가장 중요한 인선과 정부조직 개편이 제자리걸음이다. 인선은 ‘검증’이란 벽에 걸려 난항을 거듭 중이고, 야심차게 준비한 조직개편안은 곳곳에서 이견이 표출되며 혼선이 일고 있다.
정치권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주변에선 이런 사태의 원인으로 밀실 인사, 밀실 개편 등 ‘불통’을 지목하고 있다.
이철순 부산대 정외과 교수는 “박 당선인은 그동안 혼자 외로운 결정을 해왔고 그게 잘 먹혀 당을 두 번 구했다”며 “그런 기억과 체험의 정치를 하다 보니 이번 인선이나 정부조직 개편에서도 광범위한 토론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 차일피일 미뤄지는 총리·靑 인선 왜 = 박근혜 정부의 내각 시간표는 이미 늦어질 만큼 늦어졌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5일 총리와 장관 등 모든 내각의 인선이 마무리됐어야 한다. 하지만 김용준 인수위원장의 총리후보 낙마 사태로 시간표가 틀어졌다. 출범이 코앞인 데 아직 국무위원 후보자 한명 내놓지 못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낙마한 주요 배경은 국회 인사청문회 때마다 단골메뉴로 도마에 오른 부동산 투기 의혹, 아들 병역비리 의혹, 탈루 의혹 등이다. 최소한의 검증마저 회피한 ‘밀실 인사’의 결과물인 셈이다.
그럼에도 밀실 논란은 가시지 않고 있다. 인선은 여전히 깜깜이고 누가 어떤 식으로 인선에 관여하는 지도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내부적으로 청문회 통과를 위해 도덕성과 관련한 자체 기준을 다소 상향 조정하고 검증을 강화했다는 정도만 전해지고 있을 뿐이다.
인사가 정체되는 다른 이유로, 물망에 오른 사람들이 검증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거나 본인이 직을 고사하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이렇게 떨어져나간 사람만 수십명에 달한다고 한다.
일각에선 박 당선인의 인재풀이 너무 좁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 인사 정체를 피하고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해선 외부로도 눈을 돌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편 최근에는 총리가 먼저냐, 청와대 인선이 먼저냐를 두고도 박 당선인 비서실에서 설왕설래를 거듭하다 결국 총리를 먼저 발표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총리 발표 시기를 두고는 이르면 주중 발표할 것이란 시각과 연휴 이후로 미뤄질 수 있다는 얘기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 조직개편, 전방위 혼선 지속 = 조직개편안은 그야말로 혼란의 연속이다. 인선 못지않게 새 정부가 출범하는 데 발목을 잡을 분위기다.
이 역시 ‘밀실 개편’이 문제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외부 전문가나 정치권의 의견을 배제한 채 철저하게 베일에 싸인 채 발표된 게 화를 불렀다는 얘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인수위 교육과학분과위 장순홍 위원이 자신이 개편안 정부기관의 차량을 제공받아 타고 다닌 파렴치한 행태가 드러나면서 조직개편이 제대로 이뤄졌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하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동시다발적으로 갈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외교통상부 개편안을 놓고는 신·구 정권 간 갈등으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박 당선인은 외교부의 통상기능을 지식경제부에서 이름을 바꾼 산업통상자원부로 이관하는 조직개편 원안의 처리를 재차 강조했지만, 김성환 외교부 장관은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김 장관은 지난 4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에 출석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통상교섭권 행사하면 헌법 근간 흔드는 것”이라고 했고, 이에 진영 인수위 부위원장은 예고 없이 기자회견을 갖고 “궤변이자 부처 이기주의”라고 되받아치는 등 정면 충돌양상을 보이고 있다.
인수위의 외교부 개편안은 시대에 역행한다는 평가가 다수지만, “부처 이기주의의에 따른 반발일 뿐”이라고 일축하는 시각도 상존하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이런 가운데 민주통합당에선 △미래창조과학부의 업무 분산 및 방송 인허가 기능 방송통신위에 환원 △통상기능 외교부에 유지 △행정안전부의 명칭 유지 △경호처의 경호실 위상 강화 반대 등을 주장하며 인수위가 내놓은 조직개편안을 대거 뜯어고칠 태세다.
새누리당에서도 인수위의 조직개편안을 담은 이한구 원내대표 대표발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9명이나 서명하지 않고 수정을 요구하는 등 집안싸움을 벌이고 있어 관련 법안이 제 때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새누리당 핵심관계자는 “정부조직개편을 위한 여야 협의체에 인수위원이 두 명이나 들어온 것부터 새누리당을 무시하는 처사였다”며 “박 당선인과 인수위가 조직개편 원안을 고수하는 한 논의는 진전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