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家)는 창업주 고(故) 김종희 회장을 중심으로 정계과 연을 맺고 있다. 김종희 창업주는 군수사업의 특성상 정치권 인맥이 화려하다. 특히 고(故)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 부장과는 고(故) 최종건 SK 창업주, 고(故) 서정귀 전 호남정유(현 GS칼텍스) 회장 등과 함께 ‘이후락의 5인방’이라고 불릴 정도로 돈독한 관계를 형성했다. 이를 바탕으로 김 창업주는 2세들의 혼사를 통해 정계와 인연을 맺었다. 김 창업주의 형제들 또한 정계에 직접 뛰어들며 그의 어깨에 힘을 실어줬다.
정계와의 혼맥이 워낙 화려한 때문일까. 한화그룹은 흔히 재벌가와 혼맥 관계가 약하다고 평가된다.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한화그룹은 SK, GS, CJ, 쌍용 등과 연결되며 여느 재벌가 못지않은 혼맥을 갖추고 있다.
◇창업주 2세 통해 정계와 연결 = 김종희 창업주는 강태영 여사(87)와의 사이에 둔 2세들을 통해 정계와 연이 닿는다. 김 창업주의 2남 1녀는 백범 김구 선생부터 박정희·노태우 정권에 이르는 시절 동안 당대 명문가로 손꼽히는 집안과 혼인했다.
3남매 중 김 창업주 생전에 치른 혼사는 장녀 영혜(66)씨뿐이다. 영혜씨는 고(故)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 부장의 차남 이동훈 전 제일화재 회장(66)과 혼인했다. 이 혼사를 통해 한화는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과 연결된다.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 부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의 실세로 꼽히는 인물이다.
또한 영혜씨의 백년가약은 한화가 노태우 전 대통령(82)과도 먼 혼맥을 형성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이후락 전 부장의 5남 이동욱(52)씨의 부인은 최종건 SK 창업주의 막내딸 최예정(52)씨다. 예정씨의 사촌오빠인 최태원 SK 회장(54)의 부인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 노소영(53)씨다.
김 창업주의 장남 김승연 한화 회장의 혼인으로 한화는 전두환 전 대통령(83)과도 연결된다. 김승연 회장의 아내 서영민(53)씨는 전두환 전 대통령 당시 권력의 중심이었던 서정화 전 내무부 장관(81)의 딸이다. 김 회장은 김종희 창업주 작고(作故) 1년 뒤인 1982년, 당시 서울대 약대 3학년에 재학 중인 영민씨와 백년가약을 맺는다. 김 회장과 영민씨가 무려 9살이라는 나이 차이에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백두진 전 국회의장의 부인 허숙자 여사의 적극적인 중매가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결혼 후 김 회장은 한양유통(현 한화갤러리아), 명성그룹(현 한화호텔&리조트)을 인수하며 유통·레저 등으로 사업을 성공적으로 확장해 탁월한 경영 능력을 인정받는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전두환 정권 시절 권력자로 꼽히는 장인 서정화 전 장관의 도움이 컸을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또한 당대 힘 있는 정치인이었던 김승연 회장의 백부 고(故) 김종철 전 한국국민당 총재도 그의 조력자가로 나섰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도 있다. 김 전 총재는 5공화국 당시 한국국민당을 창당한 원로 정치인이자 제12대 대통령 후보에도 이름을 올린 인물이다.
한화는 김종희 창업주의 막내아들 김호연 전 빙그레 회장(59)을 통해 백범 김구 선생의 집안과 가족의 연을 맺게 된다. 김호연 전 회장은 1983년 김구 선생의 손녀이자 김신 전 교통부 장관의 막내딸 김미(57)씨를 아내로 맞이한다. 김미씨의 오빠들은 김진 전 대한주택공사 사장(65), 김양 전 국가보훈처장(61), 김휘 전 나라기획 이사(59)로 정·재계에서 주요한 위치를 차지한 인물들이다.
김호연·김미 부부는 한화가에서 유일하게 연애결혼에 성공했다. 이들은 대학시절 안면 있는 사이로 지내다 김 전 회장이 공군장교로 입소하자 관계가 발전해 5년여의 열애 끝에 부부의 연을 맺었다. 슬하에 동환, 정화, 동만 등 2남 1녀가 있다.
◇사돈 통해 SK·GS·CJ·쌍용과 연결 = 한화그룹은 직접적으로 재벌가와 연결되는 혼맥은 엷다. 그러나 사돈을 통해 몇 다리를 건너다보면 SK, GS, CJ, 쌍용 등 국내 굴지의 기업들과 연결된다.
한화는 김종희 창업주의 딸 영혜씨의 시부(媤父)인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 부장을 통해 SK와 연결된다. 이 전 부장의 5남 며느리가 바로 최종건 SK 창업주의 막내딸이다. 또한 이 전 부장의 장남 고(故) 이동진씨가 서정귀 전 호남정유 회장의 딸 옥로씨와 결혼해 한화는 GS그룹과도 관계를 갖게 된다. 서정귀 전 회장은 김승연 회장의 장인 서정화 전 장관과 6촌 관계의 친척이기도 하다.
또 한화는 김 창업주의 맏손자를 통해 CJ와 연결된다. 김 창업주의 장녀 김영혜씨와 이동훈 전 제일화재 회장의 큰아들 재환(42)씨는 손경식 CJ 회장의 큰딸 희영(41)씨와 결혼했다.
쌍용그룹과는 김호연 전 빙그레 회장의 장인 김신 전 교통부 장관을 통해 관계를 맺게 된다. 김호연 전 회장의 아내 김미씨의 셋째 오빠 김휘 에이블리 대표가 쌍용가와 혼맥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휘 전 이사의 동서는 고(故) 김성곤 쌍용 창업주의 아들 김석동 전 굿모닝증권 회장(53)이다.
◇미혼 3세들 혼맥, 새로운 관심사로 = 한화그룹의 3세들은 대개 미혼인 경우가 많다. 아직 혼인할 나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목되는 인물은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솔라원 기획실장(31)이다. 김 실장은 혼기가 꽉 찬데다 경영권을 승계하는 것이 유력한 만큼 어떤 집안과 연을 맺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또한 김 실장의 동생 동원(29)씨와 동선(25)씨도 혼기가 다가오고 있어 한화의 혼맥 지형이 어떻게 달라질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