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관망해야" "부도덕한 통화팽창 단호히 대응해야"
어떤 대책이 최선인 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정부는 이미 방향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환율대책은 준비가 다 됐다”며 조만간 본격적인 개입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정치권에서는 국제 투기자본의 단기 외환거래에 부과하는 ‘토빈세’(금융거래세) 도입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정부는 여전히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긋고 있다. 또 기존 거시건전성규제를 강화하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국제사회의 반발을 부를 수 있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다.
정부 개입은 본질적으로 시장을 왜곡시킨다. 그렇게 왜곡된 시장은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에 대한 우려에서 ‘칼집 안에 둔 채 칼을 사용하는 지혜’를 주문한다. 반면 또 다른 전문가들은 ‘선진국들의 부도덕한 통화팽창’을 비난하며 단호한 대응을 주문하기도 한다. 정부가 적정한 균형을 유지하면서도 경제를 지켜내는 ‘골디락스(Goldilocks,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호황을 의미하는 경제학 용어)의 수프’를 처방할 지 주목된다.
◇ 아베의 ‘펀치’ 아직 남아있어…’신중론’
한국경제연구원 김창배 연구위원은 정부의 환율시장 개입에 ‘지금은 전쟁 중’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정부가 환율시장에 개입하는 것에 대해 경제학에서는 별로 좋지 않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은 전세계가 환율 전쟁을 벌이면서 자신의 통화가치를 떨어뜨리려고 하니 우리도 어느 정도는 방어 차원에서 대응할 필요는 있다”고 했다.
김 연구위원은 “연말까지 원·달러 환율은 1000원 선을 생각해야 할 것으로 본다”며 “정부도 그 정도 수준에서는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과거 원화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득을 봤기 때문에 우리가 적극적으로 방어에 나서면 마찰이 있을 수 있다”며 “미국 정부의 보고서에도 한국의 외환시장 개입에 대한 경고메시지가 있다”고 당부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이부형 수석연구위원은 “일본 상황이 아직 완전히 정해진 게 아니다”라며 정부의 실질적인 개입에는 ‘당분간 관망’을 주문했다. 12월과 1월 사이 연도예산이 바뀌는 우리와 달리 일본은 3월까지 재정이 집행되기 때문에 ‘아베노믹스’의 펀치가 아직 남았다는 인식에서다. 아베 총리의 지시로 각 정부부처에서 마련한 보정예산(추경예산)은 2월에야 의회를 통과할 전망이다.
이 연구위원은 “그동안 다른 국가들과 일본의 정책을 잘 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다만 구두개입은 시장심리가 흘러가는 방향의 강도와 속도를 어느 정도 제한해 줄 수 있기 때문에 열심히 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3종세트(선물환 포지션 한도 축소, 외국인 채권 과세 부활, 은행세 부과)’로 불리는 거시건전성 조치에 대해 이 연구위원은 “좀 과격하다”고 평가했다.
◇ 선진국 양적완화 부당, 강력한 조치 필요…’강경론’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현재의 환율상황과 관련해 ‘정치적 영향’에 주목했다. 최근 엔화가 약간의 반등을 보인 것에 대해서는 “아베노믹스의 추진 기대감 때문에 가파르게 엔화 약세로 가던 부분들이 약간의 조정을 겪고 있는 것”이라며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일본 정부가 추가적으로 엔화 약세를 유도하는 조치를 취할 경우 엔화가 더 약세로 갈 것”이라고 했다.
정 연구원은 이와 같은 인식을 바탕으로 대내·외적 측면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우선 대외적으로 우리 정부도 국제사회에서 문제제기를 계속하고 과도한 양적완화에 대응하는 국제공조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며 “내부적으로도 과도한 자본이 유입되는 것에 대해 ‘한시적 조건부 금융거래세’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이지평 수석연구위원은 “100엔당 1200원 정도를 유지하면 (우리 경제에) 나쁜 영향이 크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곳곳에서 1100원선 내외를 예상하고 일부에서는 1000원선을 밑돌 것이라는 다소 비관적인 관측도 나오는 것에 비교하면 상당히 보수적인 환율 방어선을 제시한 셈이다. 원·엔 환율은 24일 현재 1195원 수준이다.
이 연구위원은 “우리 기업과 산업에 부정적인 효과를 주기 때문에 필요한 경우 정부가 시장개입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최근 일본을 비롯한 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의 잇단 양적완화에 대해 ‘불합리한 개입’이라고 표현했다. 정부의 개입 수준에 있어서도 강도가 높았다. ‘구두개입 외에 매매개입도 필요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는 “그렇다고 본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