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국남의 스타성공학]개그맨 이경규, 실패·슬럼프 정면돌파로 30년 장수

입력 2013-01-25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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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끝나지 않았다. 멘트를 하나만 준비했는데, 두 개 준비해야 할 것 같다. ‘힐링캠프’를 통해 사람이 됐다. 나머지 멘트는 대상 수상 때 하겠다. 실력보다 운이 앞선다는 걸 보여주겠다.” 2012년 12월 30일 SBS 연예대상에서 토크쇼 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이경규(53)의 수상 소감에 시상식장뿐만 아니라 안방에서도 폭소가 터졌다.

그런 이경규를 보면서 역시 “이경규다”라는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데뷔 이후 32년이 지났는데도 한해를 총 결산하는 연예대상 시상식 자리에 당당히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이경규를 ‘성공한 예능인’이라고 평가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동하는 최고령(?)이지만 여전히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이가 바로 이경규다.

“제가 평생을 롤모델로 삼을 선배입니다. 나에게 이경규 선배는 삶과 연예계의 좌표 역할을 합니다. 이경규 선배가 없었으면 오늘의 강호동은 없었을 정도입니다.” 최고 예능스타 강호동의 이경규를 향한 존경의 마음이다. 이경규에 대해 끝없는 찬사를 보내는 사람이 또 있다. 스타 연출자 김영희PD다. 오늘의 이경규를 있게 한 ‘이경규가 간다’ , ‘느낌표!’ 등 수많은 프로그램을 연출한 김영희PD는 “이경규는 천부적인 예능 재능과 끼를 가진 천재적 예능인이다. 웃기지 못할 것이라는 상황을 천연덕스럽게 웃기는 뛰어난 재주가 있다. 그리고 수많은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제안해 스스로 프로그램에 반영하는 적극성이 있다. 연출자보다 더 넓은 시야로 알고 있는 많은 것을 웃음의 소재와 방식으로 활용한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우리시대의 최고의 예능 스타와 스타 연출자가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이경규는 성공한 스타다. 여기에 그를 있게 해준 시청자 역시 30여년을 관통하며 이경규에게 꾸준히 박수를 보내고 있다. 1981년 1회 MBC 개그콘테스트로 연예계에 데뷔한 이래 30여년 동안‘청춘 행진곡’,‘폭소대작전’,‘일요일 일요일 밤에 대행진’ ,‘이경규가 간다’,‘이경규의 몰래카메라’ ,‘전파견문록’, ‘느낌표!’ ,‘명랑 히어로’ ,‘남자의 자격’ ,‘힐링캠프’ 등을 통해 이경규는 대중의 시선의 중앙을 차지했다. 1991년 MBC 방송대상 코미디부문 대상, 2010년 KBS연예대상 등 대상을 7번 수상한 것은 생존 경쟁이 가장 치열한데다 40대를 넘기면 활동할 수 있는 무대가 사라지는 예능 분야에서의 이경규의 존재가 어떤 것인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아무리 스타여도 3~4년 인기를 지탱하기가 힘든 예능계에서 30여년 동안 인기를 유지하며 성공한 예능 스타로 인정받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3년 정도에 한번씩 슬럼프가 온다. 침체의 원인을 알기 때문에 다시 자리를 잡는다고 생각한다.” 이경규의 말에서 그의 성공의 키워드를 찾을 수 있다. 천부적인 예능감각(김영희PD), 여기에 오랫동안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통해 익힌 노하우(SBS 박상혁PD)까지 더해져 탄탄한 성공가도를 달렸지만 급변하는 대중의 취향과 트렌드에 매번 부합하는 예능감을 드러내기는 힘들다. 그래서 대중의 시선에 벗어나며 슬럼프를 겪기도 한다. 하지만 이경규는 그 침체, 즉 실패의 원인을 알고 있기에 실패를 딛고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이다.

지난 2005년 MBC 연예대상 수상 이후 혹독한 슬럼프에 빠졌다. SBS ‘라인업’ , MBC ‘도전 예의지왕’ ‘일요일 일요일 밤에-간다투어’등 진행자로 나선 프로그램은 시청자의 외면 속에 조기 종영이라는 최악의 굴욕을 그에게 안겼다. 방송계 안팎에선 “이경규도 이젠 안 된다”,“이경규도 한물 갔다”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의 침체는 바로 대세로 떠오른 리얼버라이어티에 적응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역시 그 사실을 너무 잘 알고 리얼버라이어티로 부활의 무대를 삼았다. 바로 ‘남자의 자격’이었다. ‘남자의 자격’에선 리얼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었던 ‘라인업’에서 했던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캐릭터의 확장, 현장에서의 의외성과 날것의 극대화, 김국진 등 다른 멤버와의 다양한 관계형성, 진정성 배가 등 리얼버라이어티에서 성공할 수 있는 것들을 총동원해 화려한 부활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경규는 슬럼프나 실패의 원인을 파악하고 정면 승부를 펼쳐 성공의 부활을 하기도 하지만, 대중의 트렌드나 웃음의 코드를 선도하며 예능 스타로서의 성공가도를 달리기도 한다. 요즘 토크쇼의 총체적인 침체 속에 유독 눈길을 끄는 토크쇼가 바로 김제동·한혜진과 함께 이경규가 이끄는 SBS ‘힐링캠프’다. 토크쇼의 침체를 불러온 가장 큰 원인은 토크 내용, MC, 게스트, 토크 전달방식 등 토크쇼의 승패를 좌우하는 것들에서 진정성이 상실됐기 때문이다. 토크쇼가 연예인의 사생활 전시장이나 잘못 면죄부, 찬사로 일관하는 주례사쇼로 전락했을 때 이경규는 ‘힐링캠프’를 통해 진정성으로 승부했다. 제대로 적중했다. 그래서 시청자의 높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경규는 실패를 해도 그 실패의 원인을 알아 다시 도전할 때는 똑같은 잘못을 범하지 않았기에 성공적인 예능인의 길을 걸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대중의 트렌드와 웃음 코드를 선도하며 대중의 높은 인기를 구가하는 예능스타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하루에도 수많은 신인 스타들이 뜨고 지는 상황에서 이경규가 30여년 동안 시청자의 곁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이경규의 힘은 대단한 것이다. 예능의 뒷전으로 물러나는 50세에 연예대상을 수상했을 뿐만 아니라 여전히 새로운 예능 트렌드를 창출하는 선봉의 역할을 하고 있는 이경규는 한국 예능계에 존재 자체로 의미이자 희망이다. 그리고 그가 걸어온 30여년의 예능인의 길은 한국 예능의 역사이며 그가 앞으로 걸어갈 길은 후배들에게 길잡이가 될 것이다.

“팬들이 30년간 행복했다, 30년 더 해달라고 한다. 나는 20년만 더하고 싶다.” 지난 2010년 KBS연예대상을 수상한 뒤 한 소감이다. 지금의 자세라면 60~70대에도 여전히 대중의 시선의 중앙에 선 예능스타로 활동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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