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코스피는 일본의 양적완화 발표에도 소폭 상승해 1990선을 회복했다. 외국인이 장중 ‘팔자’를 확대했지만 기관이 물량을 받아내며 하락을 방어했다. 그동안 하락폭이 컸던 운수장비, IT 등 주요 수출주가 반등해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뉴욕 증시도 상승했다. 4분기 기업실적이 예상보다 양호한 것으로 나타나 향후 경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것. 또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공화당이 제안한 단기적 채무한도 증액을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도도 호재로 작용했다.
◇수급이 걸림돌? = 김정환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의 1월 움직임을 보면 글로벌 증시가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데 비해, 자꾸 뒤를 돌아보고 있는 형국”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코스피가 20일선을 중심으로 방향성 탐색을 보이는 가운데 미국의 신규, 기존 주택매매, 중국의 PMI지표 등 경제지표가 국내증시에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된다”며 “개별기업으로는 구글·애플·마이크로소프트·IBM 등 주요 IT기업의 4분기 실적발표가 예정돼 있는데, 최근 조정을 받고 있는 국내 IT기업의 단기 모멘텀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최근 코스피의 조정은 수급불균형에 기인한다고 봤다. 대우증권에 따르면 지난 주 외국인들은 이머징 아시아지역에서 순매수를 늘렸음에도 국내 거래소시장에서는 5000억원 가까이 순매도를 보였다. 뱅가드 물량 및 환율변동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 증권사는 또 코스피에서 20%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들의 단기 매도도 큰 영향을 줬다고 판단했다. 김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전일 60일선 근처에서 패턴(2중 바닥) 및 보조지표(이격도)로 보아 의미 있는 저점을 형성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추가 하락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중호 동양증권 연구원은 현재 국내 시장 움직임을 외국인 투자자의 현물 매도와 관련된 움직임과 파생상품의 미결제약정을 이용한 지표 두 가지로 판단했다.
우선 “외국인 투자자의 현물 매도는 기본적으로 펀드의 교체 등에 따른 현물 매도 가능성에 더해 외국인 차익PR이 어떤 형태로 청산되는지에 대한 판단”이라며 “둘이 중복되면 수급적 압박이 심해지는 모양새가 된다”고 설명했다.
둘째로 “현재 선물 및 옵션의 미결제약정 움직임을 볼 때 최근 조정이 대부분 기존 매수세력의 이탈 혹은 풋옵션 비중(풋옵션 미결제수량비율)의 감소 등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며 “얼마나 해당 특징이 지속될 수 있을지를 주목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코스피 상승추세까지는 아직 = 그러나 코스피 상승 추세를 확신하려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환 연구원은 “지난 주 중반 이후 이격도와 MACD 히스토그램 등이 저점을 형성하고 상승세로 전환하고 있지만 아직 상승추세를 확신하기는 일러 보인다”며 “의미 있는 저점을 형성하지 않고 반등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추가 조정시 60일선과 120일선이 위치한 1950p를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중호 연구원 역시 “일중 등락폭은 크지만 일별 등락폭은 제한된 움직임이 지속되고 있다”며 “전체적인 거래량 감소 속에서도 시장이 상승 후 조정의 과정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조정이 일시적인 기간조정인지, 앞으로 나타날 가격 조정의 전주곡인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1월 고점 형성 이후 가격의 등락이 발생할 시점”이라는 것.
그는 결과적으로 현재의 기간 조정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봤다. 김 연구원은 “선물의 미결제약정이 감소하며 소폭 가격 하락이 나타나는 점이나 풋옵션 미결제약정이 낮아지면 지수가 조정받는 특징이 있다는 과거 사례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며 “물론 해당 현상의 경우 강한 하락 방향성의 배팅은 아니기 때문에 구체적인 가격 조정으로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게다가 한동안 최근 상승에 대한 추가적인 상승 모멘텀 찾기에 나서야 할 상황이라는 점에서 성급한 상승보다는 충분한 기간조정이 우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