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김경철 부국장 겸 증권부장 "경제부총리의 등판 기준"

입력 2013-01-16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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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15일) 낮에 기획재정부 발 조그만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강경식 전 부총리가 이사장으로 참여하는 글로컬사회적협동조합이 제2호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이달 중 인가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맞다. 외환위기를 막지 못해 이른바 국제통화기금(IMF) 신탁통치를 초래한 책임자로 몰렸던 바로 그 강경식 전 부총리다. 그는 김영삼 정부 마지막 해인 1997년 3월부터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기 바로 이틀 전인 11월19일까지 부총리 겸 재정기획원 장관으로 재임했다.

더 또렷이 기억에 남게 된 것은 몇 시간 뒤에 나온 정부조직개편안 발표 때문이었다. 김용준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은 “국내외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경제부흥을 이끌기 위해 경제부총리제를 신설해 경제 문제를 적극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작은 정부’를 지향했던 이명박 정부가 폐지한 후 5년 만에 경제 부총리제가 부활하는 것이다.

고 박정희 대통령 때 신설된 경제 부총리는 김유택 초대 경제기획원 장관을 필두로 1963년 이후 32명(기획원 22대, 재경원 5대, 재경부 6대 등 33명이나 홍재형 부총리가 마지막 기획원 장관이자 재경원 초대 장관으로 중복됨)에 달한다. 한 학급보다 많은 부총리 가운데, 그것도 15년 전 실패한 부총리가 딱 떠오른 것은 만약 그의 재임 시기가 정권 말이 아니라 초반기였다면 달리 평가받는 부총리가 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디어도 많고, 추진력도 강했던 강 전 부총리는 짧은 부총리 시절, 일을 많이 벌였다. 그러나 금융개혁 법안통과와 기아차 부도사태 처리, 부도방지 협약 제정, IMF와 구제금융 비밀 협상 등에 매달렸지만 대부분 잘 풀리지 않았다. 심지어 15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당의 눈총까지 맞아가며 긴축예산을 편성하는 배짱까지 보였다.

사실 그의 강력한 개혁적 성향은 새로운 과제보다 기존 정책을 잘 마무리하는 데 주안점을 둬야 하는 정권 말이란 일반적 상황과 애당초 궁합이 잘 맞지 않았다. 야구로 치면 선발투수에 어울리는 선수가 경기 후반에 구원투수로 나서 정면승부를 하다 실점하며 역전까지 당하는 그런 느낌이었다. 감독인 대통령의 투수기용 타이밍에 문제가 있었고, 투수인 부총리 역시 의욕이 넘쳐 화를 키운 셈이었다.

이제 관심은 누가 경제 부총리가 될지에 쏠리고 있다. 재정부 장관이 겸임하는 경제부총리 자리는 경제부처를 아우르고 대외여건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경제 정책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게 된다는 점에서 새 정부 인사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지금의 재정부 장관은 예산권을 활용해 경제정책 총괄 조정 기능을 맡아왔지만 2008년 금융위기 같은 긴급사태 대응이나 부처간 중복업무 조정에 취약했다.

경제 부총리가 갖추어야 할 덕목으로 흔히 전문성, 균형감각, 개혁성, 국제감각, 도덕성, 공정성 등이 꼽힌다. 그러나 정작 더 중요한 점은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의 용인술이다. 강 전 부총리의 실패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개인적 특성이나 품성은 물론 정권의 국면까지 살피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부총리란 감투만으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기는 어렵다. 신중하게 기용하고 일단 발탁한 뒤에는 신뢰와 지원을 보내야 한다.

그래야 당면 과제인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중소기업 활성화, 가계부채 관리, 일자리 창출, 환율 안정 등 산적한 과제를 해결하며 ‘박근혜노믹스’의 줄기를 잡아나갈 수 있다. 더구나 부총리는 2년 연속 2%의 저성장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건전재정을 유지하고 증세도 피해 가면서 135조원에 달하는 박근혜 당선인의 복지재원을 조달하는 ‘미션 임파서블’까지 수행해야 한다.

그러나 경제 부총리에게 경제정책에 관한 권한이 쏠리다 보면 효율은 좋아도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 못 할 수 있다. 외환위기 당시처럼 선거나 권력누수 등으로 감독권자인 대통령까지 제 역할을 못하면 이런 위험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경제 부총리의 권한과 책임을 분명하게 설정해두어야 한다.

인사는 만사다. 그러나 정말 어려운 모양이다. 역대 어느 정권 할 것도 없이 코드 인사, 낙하산 인사로 멍이 들었다. 현 이명박 정부도 조각 당시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 내각이란 딱지가 붙어 시작부터 김이 빠졌다. ‘탕평인사’를 표방하고 있는 박근혜 당선인이 5년간의 흥망을 좌우할 수 있는 조각 인사를 어떤 모습으로 내놓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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