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전세 공포]마이너스 통장에 카드론… 잠 못 이루는 렌트푸어

입력 2013-01-10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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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고 또 빌리고, 전세대출 악순환

치솟는 전셋값에 렌트푸어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렌트푸어란 집을 보유한 가난한 사람을 뜻하는 하우스푸어의 전세판 신조어로, 급증하는 전셋값을 감당하는 데 소득의 대부분을 지출하느라 여유 없이 사는 사람들을 지칭한다.

부동산 시장 불황이 계속되면서 내집 마련을 포기하고 전세로 주저앉는 수요자들이 늘고 있다. 집값이 하향 일로를 걷고 있음에도 이들은 주택 매입을 거부한다. 무리하게 집을 사 봤자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자칫 하우스푸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전세금은 계속 오르고 수요자는 이를 충당하기 위해 전세대출을 받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 서울 전세금 평균 1억5000만원 ‘훌쩍’ = 최근 통계청·금융감독원·한국은행의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전세 가구가 낸 전세금은 올해 평균 9274만원으로 평균 1억원에 육박했다. 전세금은 2010년 조사 당시 7496만원이었다. 2년 만에 무려 23.7%나 오른 것이다.

이 기간 세입자의 평균소득도 늘었지만 전세금 증가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전세 가구의 경상소득은 2010년 3910만원에서 올해 4380만원으로 12.0% 증가하는 데 그쳤다.

서울의 경우는 평균 전세금이 1억5000만원을 훌쩍 넘어섰다. 8일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1010가구의 서울시민에게 전화설문을 조사한 결과, 전체의 31%(312가구)가 전세입자로 평균 전세금은 1억5509만원이나 됐다. 전세입자 가구의 28.5%(89가구)는 전세자금을 대출받았고 평균 대출금은 4592만원이었다. 전세자금 대출금 1000만~3000만원이 대출자의 40.4%로 가장 많았고, 5000만원 이상이 34.8%, 3000만~5000만원이 15.7%였다.

실제 전세금 대출에 대한 주택금융공사의 누적 보증액은 지난해 10조원을 돌파했다. 1~11월 7조4000억원의 보증이 새로 이뤄져 2010년 같은 기간 3조6000억원의 2배를 넘었다.

2010년 2057만원, 2011년 2051만원이던 부채보유 가구당 전세보증금 대출액(담보대출+신용대출)은 올해 2795만원으로 1년 전보다 36.2% 증가했다.

주택금융공사의 보증을 거치지 않고 시중은행에서 직접 전세대출을 받은 수요까지 감안하면 금액은 어마어마하게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월세 가구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통계청 등에 따르면 2010년 가구당 평균 1127만원이던 월세 보증금은 올해 1311만원으로 16% 정도 높아졌고, 이들이 진 빚의 6.7%는 대출금을 갚으려고 또 지게 된 빚으로 조사됐다.

◇ 전세가 비율 높아져도 매매시장은 냉각 = 매매시장이 잠잠한 가운데 전세난이 지속되다 보니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현재 서울의 전세가율은 54%에 육박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론·경험적 근거로 볼 때 이 같은 현상이 매매가격 상승으로 직결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현아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 전문위원은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최근 60~70%에 다가서면서 매매가와 전세가 간의 차이가 줄고, 주택구매 수요가 증가한 영향으로 매매가격이 올라가지 않을까 하는 기대심리가 있었다”며 “하지만 통계분석을 해봤더니 비율이 증가한다고 매매가 오른다는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실제 2002년부터 10년간 전국, 서울, 6개 광역시 단위의 주택 매매·전셋값 증가율을 분석한 결과 전국과 서울에선 시장의 기대와 반대로 매매가가 오른 지 한 달 뒤에 전셋값이 뛰었다.

즉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 없이는 전셋값이 올라도 주택매입 수요가 떨어질 수밖에 없고,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기 전까지 전세난이 계속될 것이란 분석이다.

업계 전문가는 “최근 임대료의 급격한 상승으로 저소득층은 사실상 공공임대주택 임대료도 부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주거비 보조정책 등 새 정부의 렌트푸어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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