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아픔이 수의사 꿈꾸게 했죠"

입력 2013-01-07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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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대 수의과학대 합격한 이건학군

구제역의 아픔을 겪었던 고등학생이 건국대학교 수의대에 합격해 화제다.

건국대학교는 충남 청양정산고 3학년인 이건학<사진>군이 2013학년도 KU기회균등 농어촌학생 전형을 통해 수의예과에 합격했다고 7일 밝혔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농가를 휩쓸고 간 구제역으로 집에서 기르던 소를 살처분하는 아픔을 겪은 이 군은 이제 방역전문가로서의 꿈을 키우게 됐다.

한때 이군은 유방암 진단을 받은 어머니가 항암 치료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의사를 꿈꿨으나 2010년 5월1일 충남 청양군 축산기술연구소에서 발생한 구제역을 겪고 진로를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구제역이 이군 가족의 축사로도 번져 어려서부터 여물을 주고 오물을 치우면서 기르던 소 60여마리를 산 채로 모두 땅에 묻을 수밖에 없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관계 당국은 인공수정사인 이군의 아버지가 기술연구소에 드나들면서 구제역을 인근 농가로 전파했을 것으로 의심해 이군의 아버지가 인공수정한 주변 14개 농가의 소 300여마리까지 살처분됐다.

순식간에 전 재산을 잃고 분노한 지역 주민들이 이군 가족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이후 이군의 아버지가 연구소에 드나들지 않았다고 밝혀져 오해는 풀렸지만 당시 입은 상처와 충격은 고교 시절 내내 김군을 따라다녔다.

이군은 “구제역이 발생하면 가축만 잃는 게 아니라 원래 축사로 쓰던 부지를 3년간 사용하지 못하는 등 피해가 막심하다”며 “구제역 발생을 막는 방역전문가가 되고 싶어 수의과대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청양에는 소 전문 수의사가 3명인데 2명이 곧 은퇴할 분이라 젊은 수의사가 필요하다. 사료 값으로 시름하는 농민들의 짐을 더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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