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선스, 오리지널 뮤지컬 강세, 창작 뮤지컬은 고전
올 한 해 뮤지컬계는 해외 라이선스 뮤지컬과 외국 배우들이 공연하는 오리지널 뮤지컬이 강세를 보인 반면 창작 뮤지컬은 부진했다. ‘위키드’ ‘엘리자벳’ ‘오페라의 유령(공연중)’ ‘맨오브라만차(공연중)’ ‘시카고’ 등이 흥행 톱 5 내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공연 성수기인 연말까지는 아직 열흘 정도 남아있지만 순위 변동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10위까지로 대상을 확대해도 창작 뮤지컬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오리지널 공연과 라이선스 뮤지컬이 1위부터 10위까지 빼곡히 자리잡고 있다. 이 중 흥행 1위를 기록한‘위키드’는 유료 좌석점유율 95% 이상을 자랑하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오페라의 유령’ ‘캐츠’ 등 이미 국내에서 소개됐던 공연들이 고정 팬을 확보하고 있는 반면 ‘위키드’는 해외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으면서도 그동안 국내에 소개될 기회가 없었다. 이번 초연을 통해 그 간의 뜨거운 관심이 흥행으로 연결된 셈이다.
‘위키드’의 기획사 설앤컴퍼니 신유미 과장은 “‘위키드’는 이미 오래 전부터 해외에서 호평을 받으며 국내 팬들에게도 많이 알려졌지만 그간 국내 도입이 여의치 않았다. 그간 접할 수 없었던 작품이라는 희귀성과 해외 배우들이 직접 무대에 오른다는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흥행 성공으로 이어진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초연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얻은 ‘위키드’는 내년 12월 다시 한번 막을 올릴 예정으로 이번에는 국내 배우들이 열연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설앤컴퍼니측은 현재 주조연급 배우들의 오디션을 진행하고 있다.
아이돌 스타와 TV 스타들의 뮤지컬 출연은 올해도 크게 늘었다. ‘엘리자벳’에 출연한 옥주현은 제 18회 한국뮤지컬대상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해 흥행과 연기력을 모두 인정받았고 함께 출연한 아이돌 가수 김준수 역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옥주현은 안재욱과 함께 현재 공연중인 ‘황태자 루돌프’에도 출연 중이다. 그밖에 임창정, 이종혁, 고창석, 임형준 등이 함께 하는 ‘벽을 뚫는 남자’, 소녀시대 제시카와 ‘응답하라 1997’의 정은지 등이 출연하는 ‘리걸리 블론드’ 등도 눈 여겨 볼만하다.
◆중소규모의 희극 위주 연극이 대세, 뮤지컬 전용 극장의 증가와는 대조
연극은 올 한해 무대에 올려졌거나 공연 중인 작품이 총 1500여개(12월 17일 기준)에 달한다. 전체적으로는 ‘옥탑방 고양이’ ‘뉴보잉보잉’ ‘라이어 1탄’ 등이 흥행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사랑 이야기 혹은 한바탕 크게 웃을 수 있는 희극 등을 중심으로 관객들이 몰렸다.
서울 대학로를 중심으로한 희극 위주의 중소규모 연극이 여전히 강세를 보였지만 연말을 맞아 가족 단위로 볼 수 있는 작품이나 대작들도 무대에 올려지고 있다. 19일에는 연극계 최고의 흥행 보증수표로 통하는 ‘레미제라블’이 막을 올렸다. 유쾌한 반전이 매력인 ‘리어외전’, 윤복희와 김종서가 출연하는 ‘마리아 마리아’ 등도 공연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 해와 마찬가지로 연극은 뮤지컬에 비해 상대적으로 침체된 분위기였다. 뮤지컬계는 지난 해 개관한 디큐브아트센터(서울 신도림)와 블루스퀘어(서울 한남동)의 개관으로 기존의 샤롯데씨어터(서울 잠실) 등과 함께 양적으로도 많은 작품을 소화할 수 있는 힘을 갖췄다. 때맞춰 ‘위키드’ ‘맨오브라만차’ ‘엘리자벳’ 등 대작들을 무대에 올려 흥행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연극은 흥행이 어느 정도 보장되는 중소규모의 희극에만 편중된 현상을 보여 아쉬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