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영화계 결산] 베니스 그랑프리·1억 관객… 질도 양도 ‘사상 최고의 해’

입력 2012-12-21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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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건축학개론, 광해 왕이 된 남자, 피에타.
2012년 올 한해 영화계는 뜨거웠다.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도 두 편이나 나왔고 한국 영화 관객 연간 1억명 시대의 첫포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한국 영화의 산업적 가능성이 발견된 올 한해 영화계를 결산해 본다.

한국영화 흥행시대의 확실한 증거로 한국영화 관객 연간 1억명 돌파 기록을 꼽을수 있다. 이는 한국영화 흥행의 화려한 부활을 알리는 단적인 증표다. 관객동원 1298만을 기록한 ‘도둑들’과 1230만명을 돌파한 ‘광해, 왕이 된 남자’가 한국 영화 흥행을 주도했다. 1990년대 아련한 첫사랑을 그린 ‘건축학 개론’은 멜로영화사상 그동안 넘지 못했던 400만 고지를 훌쩍 뛰어넘었다. 뒤이어 ‘늑대소년’은 700만 관객을 동원하며 멜로영화 흥행사를 새로 쓰며 한국영화 흥행을 견인했다.

관객 1억명 돌파가 흥행에 양적 성과라면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의 한국 영화 수상은 질적인 성과다. 제69회 베니스 영화제는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에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안겼다. 1960년대부터 꾸준히 해외영화제의 문을 두드린 한국영화는 김기덕 감독을 통해 50여년 만에 세계 3대 영화제로 꼽히는 베니스 영화제에서 최고상을 거머쥐게 됐다. 장애인 부부의 사랑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달팽이의 별’은 국제장애인영화제에서 최고상인 그랑프리와 세계 최고 권위의 암스테르담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장편경쟁 부문 대상을 받았다. 이를 통해 한국 다큐멘터리의 위상을 세계에 알렸으며 해외진출 가능성을 보여줬다.

올 한해 다양한 장르의 한국영화가 관객들의 사랑을 골고루 받은 것도 높이 평가할 부분이다. ‘건축학 개론’과 ‘늑대소년’은 정통 멜로 장르의 부활을 가져왔다. 최근 침체기에 접어들었던 코미디 영화도 관객의 관심을 받았다.‘댄싱퀸’, ‘내 아내의 모든 것’,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이 흥행 강세를 보인 것이다.

지난 19일 열린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이거나 사회적 이슈를 소재로 한 영화가 줄을 이어 개봉된 것도 올해 영화계의 특징이다. 대학교수 석궁파동을 중심으로 사법부의 문제를 다룬‘부러진 화살’과 1980년 광주민중항쟁을 소재로 한‘26년’을 필두로 ‘두개의 문’, ‘MB의 추억’ 등 정치·사회적 이슈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관심을 끌었다. 광해군 집권 당시를 소재로 조선이 꿈꾼 진정한 왕의 모습을 갖춘 천민 하선의 이야기를 그린 사극 ‘광해, 왕이 된 남자’(이하 광해) 역시 대선 시기와 잘 맞물려 흥행에 성공했다.

올 한해 거세게 분 흥행 돌풍의 중심에는 회복된 스타 파워가 있다. 이병헌은 그동안 화제성에 비해 관객동원에서 아쉬운 성적을 보였다. 하지만 그는‘광해’를 통해 티켓파워를 입증했다. 이병헌뿐만 아니라 이름 있는 배우들이 이름값을 하며 티켓파워를 되찾았다. ‘타짜’의 김혜수와 ‘엽기적인 그녀’의 전지현은 한국영화 역대 흥행 순위 2위에 오른‘도둑들’을 통해 명성을 되찾았다. 이들과 함께 출연한 김윤석은 충무로 흥행 보증수표로 2012년 유일한 개봉작 ‘도둑들’에서 역시 기대치에 걸맞은 성과를 기록했다. 최민식은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로, 차태현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통해 오랜만에 이름을 드높였다. 송중기 등 신예 스타파워가 등장한 것도 흥행에 한몫했다.

2012년 영화계에 좋은 소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기업 중심의 배급사, 투자사, 영화사의 독과점 폐해가 어느해보다 심했다. 개봉 일주일 만에 조기종영을 선택한 민병훈 감독의 ‘터치’가 대표적인 사례다. 교차 상영에 반기를 든 민 감독의 단호한 결정은 대기업이 제작, 투자, 배급, 상영까지 수직계열화를 통해 독과점을 하는 상황에서 초래된 결과다. 대기업 배급사의 상업 영화 위주의 배급은 관객들로부터 다양한 영화를 접할 기회를 빼앗는다. 이런 현실에 소규모 영화를 만드는 영화인들의 좌절이 큰 한해였다.

이에 대해 전찬일 영화 평론가는“한국 영화의 고질적인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 한 해다. 투자사의 힘이 강해지고 제작사의 힘이 약해지고 있다. 투자사가 감독을 직접 만나게 돼 중간 역할이 없어지고 있다. 2013년, 대기업 독과점에 따른 부작용이 여러 방면에서 나타날 것이다. 공론화되든지 국가에서 공정거래를 위해 나서야 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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