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김부미 문화부 기자 "여자골퍼, 성적은 외모순이 아니잖아요"

입력 2012-12-13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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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경기장 취재를 다니다보면 깜짝 놀랄 때가 있다. 여자선수들의 뛰어난 미모 때문이다. 하지만 감탄은 곧 씁쓸함으로 바뀐다. 필드에도 성형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는 것이다.

골퍼는 좋은 스코어로 실력을 보여주면 된다. 그렇다면 골프에서 실력 외에 또 필요한 게 있을까. 있다. 아니 있게 됐다. 특히 여자프로들의 세계에서는 그렇다.

2012년 시즌이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을 때였다. 20대 초반의 한 여자선수와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주변에 성형수술을 한 선수를 보고 자신도 고민하게 됐다는 것이 화두였다. 금융사가 메인스폰서인 이 선수는 ‘미녀 골퍼’라는 닉네임으로 필드 밖에서도 많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다. 연습이 없을 때는 화보 촬영을 하는 등 ‘반연예인’이라는 말까지 들을 정도였다.

국내 여자선수들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요즘은 성형을 한 선수보다 안 한 선수를 찾는 게 더 빠를 것 같다”고 말했다. 선수들의 성형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케 한다. 오직 실력만으로 승부했던 과거와 달리 요즘 여자 선수들의 외모경쟁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버린 모양이다.

경기장에서 골퍼는 선수인 동시에 걸어 다니는 ‘1인 광고판’이다. 상금과 더불어 기업의 후원금이 골퍼의 수입과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따라서 후원 기업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 ‘외모 관리는 필수’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한 골프단 관계자는 “기업들은 선수를 통해 이미지를 제고하고 매출을 늘리는 데 목적이 있다. 실력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자사와 이미지가 부합되는지가 관건이다. 외모를 따지지 않을 수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번 시즌 약 50여명의 선수가 새 스폰서를 찾기 위해 분투 중이다. 과연 어떤 선수가 어떤 이미지로 몸값을 올리기 위해 변신을 꾀할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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