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구조적 문제 해소할 효과적 방안"


김 교수는 “위원회 기능을 강화하고 계열사 독립경영 체제로 가는 SK그룹의 결정은 옳다”며 “경제민주화 측면에서도 들어맞는 흐름”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SK그룹의 지배구조 체제 변화가 성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점으로 최 회장의 의지를 꼽았다. 김 교수는 “이번 경영권 분권 시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최 회장 본인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말 분권하겠다는 의지가 있으면 되겠지만 다른 이유로 인해 내놓은 명분만 있는 안이라면 실천되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김 교수는 “재벌들이 겉만 갖춰놓고 속에서는 다르게 경영할 수도 있지만 이번 SK의 결정은 그 정도까지는 아닐 것”이라며 “구체적으로는 어떻게 실천할지 봐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기업 경영은 독립성·책임성·전문성이 확보돼야 한다”며 “이번 SK그룹의 ‘따로 또 같이’ 정책은 독립경영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SK그룹은 ‘따로 또 같이 3.0’의 핵심이 계열사의 독립성 보장을 통한 글로벌 성장 추구라고 밝혔다. 지주회사인 SK는 관계사에 100% 자율책임 경영권을 제공하고 관계사가 자사 이익을 기준으로 위원회에 자율적으로 참여해 그룹 차원의 글로벌 공동 성장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이사회 중심의 독자적 의사 결정 이후 따를 수 있는 실패에 대한 책임도 100% 관계사의 몫이다.
김 교수는 “독립경영을 위해 필요한 것이 책임경영이지만 아직 확보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는 최태원 회장의 책임이라기 보다는 투자자·주주·채권자 등 이해당사자의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SK그룹의 신경영체제가 현재 실체가 없다는 점에서 아직 평가하기는 무리가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김 교수는 “여전히 소유구조문제에 대한 개선책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은 아쉽다”면서도 “향후 본격적으로 신경영체제가 시행될 때 문제점이 개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 연구위원은 “SK그룹은 총수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해서 이런 방안을 내놓은 듯 하다”고 해석했다. 이어 “우리나라 재벌들의 문제가 총수 리스크”라며 “기업이 하나의 경제적 실체임에도 집단행동을 하는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SK그룹의 위원회 역할 강화, 계열사 독립경영이 이같은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강 연구위원은 SK의 새 경영체제가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내·외부 감시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에도 재벌들이 이사회 중심으로 경영하겠다고 했으나 시간이 지나자 흐지부지해졌다”며 “계열사의 독립 경영은 말처럼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총수들이 순환출자를 통해 의결권을 가지고 있는 만큼, 어떻게든 기업 경영에 영향을 미친다는 게 강 연구위원의 시각이다.
그는 “계열사 경영자들이 총수의 눈치를 안 보고 경영하기 위해서는 이런 것을 막는 구체적인 방안이 발표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3.0 경영체제에 대한 성과를 공시를 통해 발표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강 연구위원은 SK의 이번 경영혁신이 다른 재벌로 확대되긴 어려울 것으로 봤다. 그는 “이런한 시도가 쉬운 거라면 대선 정국에서 각 후보들을 통해 재벌을 개혁한다는 공약이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