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통제 허점… 간부 포함 50여명 감봉 등
김찬경 전 미래저축은행 회장이 도피직전 회사 돈 수백억원을 찾아간 것과 관련해 우리은행 임직원들이 당국의 징계를 받게 됐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날 오후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우리은행과 한국씨티은행 검사에서 적발한 사항에 대한 징계안을 논의했다. 우리은행과 씨티은행을 정기검사한 금감원은 지난 5월 김 전 회장의 도피자금과 관련 특별검사에 착수, 두 사안을 함께 제재심의위에 넘겼다.
금감원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영업정지 사흘 전인 5월 3일 오후 5시께 현금 135억원과 수표 68억원 등 203억원을 우리은행 서초사랑지점에서 찾아갔으며 이후 경기도 화성시 궁평항에서 밀항을 시도하다가 체포됐다.
금감원 측은 당시 은행 내규에 따라 3억원 이상의 거액이 인출되면 자체 상시감시 시스템으로 걸러내야 하는데, 김 전 회장이 돈을 찾을 때는 그런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인출 과정에서 김 전 회장이 계좌 비밀번호도 마음대로 바꾸는 등 우리은행이 내부 통제에서 심각한 허점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평소 미래저축은행 예치금 담당자가 아닌 사람이 출금을 요구한 점을 간과하고 영업시간이 끝나고 나서도 예치금 전액을 찾아준 점도 지적됐다.
제재심의위는 이런 문제를 고려해 관련자 징계를 건의했다.
이와 관련 우리은행은 최소 기관경고 이상의 징계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징계를 받는 임직원 규모도 50여명 이상이 될 것으로 전해졌다. 현직 부행장을 포함해 간부급들도 대거 포함됐다. 이들은 감봉, 문책적 경고, 주의적 경고 등을 받을 예정이다. 이밖에 함께 심의에 오른 씨티은행은 불공정한 대출 약관으로 민원을 유발한 점을 들어 임직원 수십명이 징계 대상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제재안은 금융위원회 회의에 올려져 확정되며 이르면 연내 제재 수위가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한편 우리은행은 올해 초 특정 업체에 간판 공사를 몰아주는 대가로 수억원을 챙긴 본사 간부가 면직됐으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대가로 금품과 골프 접대를 받은 전·현직 직원이 수사 대상에 오르기도 하는 등 내부통제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