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금융기관들이 추진했던 글로벌 금융(global banking) 시스템이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 사태 이후 각국의 규제강화로 힘을 잃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은행권 감독 책임자인 대니얼 K. 타룰로 이사는 지난주 해외 금융기관의 미국 법인에 대해 역내 금융기관과 동일한 자본과 유동성 조건을 적용할 것이라는 계획을 발표했다.
영국과 스위스도 자국의 이익을 위해 금융과 자본에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연준은 금융위기 이후 역내 은행과 글로벌 금융기관이 무너질 경우를 막기 위해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정책 당국자들은 금융위기 이후 미국 씨티은행을 비롯해 영국 로얄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스위스 UBS 등 구제금융을 받은 글로벌 은행들에 리스크를 줄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금융권에 대한 자본과 유동성 규제 강화는 다국적인 기업 논리로써 진행되고 있다.
메이라 로드리게즈 발라다레스 MRV어소시에이츠 매니저는 “(각국의 규제 강화로) 글로벌 은행들이 본국과 해외에 ‘폐기’ 사업부를 만드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UBS·씨티그룹·RBS 등 은행들은 이미 본격적으로 몸집을 줄이는 등 규제 강화에 대응한 행보에 나서고 있다.
UBS는 지난 10월 1만명의 인력을 감축하는 것은 물론 채권사업부를 구조조정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조치는 스위스가 바젤은행감독위원회가 제시한 기본자기자본비율보다 강화된 규제를 정한 뒤 이뤄졌다.
금융위기 당시 가장 많은 지원을 받았던 씨티그룹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역시 사업을 축소하고 해외 사업부를 매각하고 있다.
바클레이스를 비롯해 크레디트스위스, 도이체방크 등 미국에 진출한 글로벌 은행들 역시 규제 강화에 대응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독일 도이체방크와 영국 바클레이스가 미국에서 은행지주사 자격을 포기한 것도 연준의 규제 강화의 영향이라고 통신은 전했다.